갈 길 먼 산악관광 활성화
[ 임원기 기자 ] 지난 18년 동안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한 대도 설치하지 못한 한국과 달리 스위스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은 케이블카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들은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산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케이블카를 설치해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스위스 알프스산맥 가운데서도 ‘산들의 왕’이라 불리는 마터호른 인근의 체르마트 마을이 대표적이다. 해발 1620m에 있는 체르마트 마을은 3089m에 달하는 산악열차와 3883m의 유럽 최고 높이 케이블카 등 운송수단을 운영하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했다. 정상에 5성급 리조트와 호텔, 레스토랑 등이 생겼고, 인구 6000여명의 조그만 시골 마을에 연간 13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프랑스 몽블랑 일대의 샤모니 마을과 독일 뵈리스호펜 마을도 케이블카를 통해 산악관광의 편의성과 질을 크게 높였다. 뵈리스호펜 마을은 인구가 1만5000여명에 불과하지만 매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한다. 케이블카로 산 곳곳을 다닐 수 있게 하면서도 산림욕장으로 명성을 떨칠 정도로 산림 보존에 힘쓴 결과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체르마트 마을처럼 설악산에 케이블카와 호텔, 체험시설 등을 건설해 ‘종합 산악관광지’를 조성하면 노약자 외국인 등 신규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도보 위주의 관광에선 관광객이 하루평균 3만6000원 정도를 소비하지만 산악관광지가 조성되면 하루평균 소비금액이 18만2500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경련은 예상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스위스는 산악지대가 1만2450㎢로 한국 강원 산지(1만3680㎢)보다 좁지만 2470대의 케이블을 설치해 운영하는 반면 한국은 산악 케이블카가 115대에 불과하다”며 “한국과 스위스의 관광경쟁력 격차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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