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경기 살려 증시 부양'나선 중국…기준금리 전격 인하
생산·소비 위축…"3분기 7% 성장 어렵다" 전망
잇단 부양책 안 먹히자 지준율까지 동시 인하
[ 김동윤 기자 ] 지난 21일을 기점으로 상하이증시가 다시 급락세로 돌아서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초토화됐다. 중국의 실물경기 둔화가 세계 경제의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21일 이후 닷새 동안 침묵했다. 7월 초 증시 급락 때 하루가 멀다하고 증시 부양책을 쏟아내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랬던 중국 정부가 25일 저녁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동시 인하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팽배한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신속하게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 증시 방어 전략 변화
상하이종합지수가 4.27% 급락한 21일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주말(22~23일)에 지준율을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내놓은 각종 증시 부양책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해진 데다 7월 실물경기 지표 또한 전월 대비 더 악화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23일 양로보험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는 발표만 내놨다. 예상했던 지준율 인하 조치가 나오지 않자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번주 들어 24일 8.49%, 25일 7.63% 급락했다. 전문가들이 당초 예상했던 상하이종합지수의 1, 2차 지지선인 3500선과 3000선이 이틀 만에 모두 붕괴됐다.
상하이종합지수가 연이틀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증권금융과 중앙회금공사는 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달 상하이종합지수 3500선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면 우량주 매수를 통해 지수를 방어하던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었다. 이때부터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 전략이 변화했다는 관측을 내놨다. 주식 매입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보다는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통해 실물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었다.
○자본 유출 우려 불구 기준금리 인하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은 지준율 인하였다. 6월28일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글로벌 자금의 중국 이탈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원래 전형적인 자본수지 흑자 국가였다. 하지만 지난해 960억달러의 적자를 낸 뒤 올 상반기에도 235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도 작년 6월 3조990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4분기 연속 감소해 올 7월 말엔 3조6500억달러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11일부터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함으로써 자본 유출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기준금리와 지준율 동시 인하 카드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인민은행은 6월28일에도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동시에 인하했다. 하지만 당시 지준율 인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회사에 국한된 것이었다.
○글로벌 증시 일단 안정 되찾을 듯
중국 정부의 이번 기준금리·지준율 동시 인하는 화끈한 경기부양책으로 실물경기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중국의 월간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등 일부 실물지표는 5월부터 소폭 회복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6월 전년 동월 대비 6.8%로 올라섰던 산업생산 증가율은 7월에는 6.0%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소매판매 증가율 역시 11.4%에서 11.2%로 둔화했다. 중국 경제주간지 차이신이 21일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1로 6년5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2분기(7.0%)보다 더 낮은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고, 이는 결국 상하이증시 폭락을 촉발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상하이증시는 물론 글로벌 주요국 증시도 일단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전망했다. 당장 유럽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이날 중국의 기준금리·지준율 동시 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3~4%대 급등세를 보였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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