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전략 세운 증권사 3곳
자본잠식 됐던 코리아에셋증권
중기·벤처 IB 강자로 급부상…자금조달·재투자기업 100여곳
'법인영업 1인자' 이원섭 씨
흥국증권, 사장으로 영입…기관 대상 세미나·해외상품 중개
BNK, 코넥스 보고서 30여건
예비 상장사·스몰캡으로 차별화
[ 심은지 기자 ]
“중소형 증권사로 살아남으려면 다른 회사보다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야죠.”
기동호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사장은 24일 “남들과 똑같은 사업구조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해 중소·벤처기업의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는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분야에 특화된 소형 증권사다. 자기자본이 360억원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증권사들이 적자를 냈던 지난해에도 9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을 만큼 ‘작지만 강한’ 회사다.
○코리아에셋 ‘틈새시장’ 개척
중소형 증권사들의 생존 공식이 바뀌고 있다. 대형 증권사와 비슷한 조직 및 사업부문을 갖고 ‘떡고물’에 만족했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전략과 경쟁력을 갖추고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 62곳에 달했던 증권사가 현재 57개로 줄어드는 등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존을 위한 특화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위기의식도 변화를 촉진했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옛 코리아RB증권)은 2012년까지만 해도 자본 잠식에 빠졌던 약체 증권사였다. 하지만 2013년 1월 기 사장이 취임한 이후 중소·벤처기업 투자은행(IB) 부문의 강자로 떠올랐다. 다른 증권사에서 수익 모델을 배우기 위해 찾아올 정도로 철저한 특화전략을 편 덕분에 상당수 증권사가 적자를 냈던 2013년과 지난해에도 흑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4~6월·3월 결산법인)에도 62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등 실적 개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직원 수도 2013년 1월 35명에서 현재 143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하나은행 출신인 기 사장은 2000년 부국증권 IB 사업본부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12년 사모펀드를 통해 코리아RB증권을 인수해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그는 “직접 금융시장에서 소외받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에 모험 자본을 공급하고 인수합병(M&A) 등 회수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자금조달, 재투자 등을 도운 장외시장의 벤처·중소기업은 100여곳에 달한다.
○새내기주·장외시장 특화 증권사도
중소형 증권사인 흥국증권은 지난 4월 ‘법인영업의 1인자’로 불리는 이원섭 한화투자증권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영입한 뒤 법 恝돗殆?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리서치본부장에 주익찬 전 아이엠투자증권 항공·운송 담당 연구원, 법인영업팀장엔 한완호 전 현대증권 법인영업부장을 영입했다. 인재 확보를 통한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최근엔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세미나를 열고 있다. 지난 17일 ‘중국 경제·정치학’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엔 연기금·보험사 등의 최고운용책임자(CIO) 40여명이 모이는 등 인기를 끌었다.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기업공개(IPO)를 앞둔 예비 상장사와 코넥스 기업들의 보고서 30여건을 쏟아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인력 10명 가운데 3명이 스몰캡(중소형주)을 담당하고 있다. 변성진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 증권사들이 잘 다루지 않는 새내기주와 코넥스 기업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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