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장강상학원 샹빙 총장 '차이나인사이트' 특강
"중국 시장이 최대 혁신의 장…미국 대체할 것"
미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이고 혁신 부담은 덜해
[ 김봉구 기자 ] “중국이 세계 최대 ‘혁신의 장(場)’이 됐습니다. 많은 업계에서 중국이 최고 시장인 건 부인할 수 없죠. 물론 1위 기업이 꼭 중국 기업이 아닐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그간 최대 시장이었던 미국을 이제 중국이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마이크를 잡은 중국 장강상학원(CKGSB) 샹빙 총장(사진)이 힘줘 말한 대목이다. 그는 CKGSB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차이나 EMBA(Executive MBA: 최고경영자과정)’ 개설 업무협약을 위해 한국을 찾아 특강했다.
CKGSB는 홍콩 최고의 부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이 설립한 ‘리카싱 재단’ 후원으로 2002년 문을 연 중국 최초의 비영리 사립 경영대학원이다. 짧은 역사에도 알리바바 마윈 회장, 텐센트 설립자 천이단, 매출 1위 중국 기업 시노펙의 푸청위 회장 등 중국 500대 기업 중 100여곳의 창업자와 CEO가 거쳐갔다. CKGSB 출신이 운영하는 기업들의 매출액이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3.6%에 이를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차이나 인사이트(China Insight)’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샹빙 총장은 중국의 경제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이날 중국 증시(상하이종합지수)가 8% 넘게 떨어지는 등 ‘경착륙’ 우려에다 지금의 중국이 192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과 유사한 상황이란 지적이 제기됨에도 불구,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믿음이 깔렸다.
이처럼 그가 흔들림 없이 ‘중국 1위 기업이 세계 1위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 수 있는 것은 글로벌 혁신의 무대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왔다는 자신감에 근거한다.
“5~6년 전만 해도 최고 수준이라 선뜻 말하기 어려웠던 중국 기업들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중국이 자본과 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성공 가능성을 타진할 시장으로 중국만한 데가 없습니다. 최대의 기회와 성장 잠재력을 표상하는 곳이 미국이었는데 이제 중국을 선택하는 거예요. 이 과정에서 중국 기업들도 글로벌화될 겁니다.”
샹빙 총장은 중국이 ‘성장 여력’을 남겨뒀다는 점을 또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성장 임계점에서 끊임없이 혁신을 해야만 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규제 완화만을 통해서도 상당 수준의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 각종 규제 완화 조치만으로도 연 11~12%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지나친 급성장은 구조적 불평등,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야기하는 만큼 최대치가 아닌 ‘적정 수준’ 성장률을 택할 것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중국 경제는 공산주의보다는 유교적 요소가 더 크다는 게 샹빙 총장의 분석이다. 자신이 일찌감치 ‘장래 톱10’ 기업으로 예상했던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그는 “유교적 관념에선 엘리트 지배층이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화웨이 CEO가 저비용 연구·개발(R&D) 및 제조를 통해 중국 최고 갑부가 된 게 아니다. 중국 국민들을 위해 10만개 이상의 건전한 일자리를 창출한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화웨이 효과에서 보듯 IBM, 제너럴일렉트릭(GE) 같은 유형의 중국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세계정세 불안은 지금의 중국 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평화가 없다면 중국 경제 발전도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국가 차원 ‘소프트 파워’ 전략을 재확인했다.
각종 지표를 인용해 “중국이 미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프랑스가 중국보다 더 사회주의적”이라고 표현하는 등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색깔론’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영기업이 시가총액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모델을 이른바 ‘국가자본주의’로 정의하는 데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샹빙 총장은 “정부가 나서 민간 부문을 억압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고용 창출 효과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민간 기업들이 중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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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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