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로 매장직원과 대화…상품정보 얻고 가격협상까지
[ 김병근 기자 ]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블랙야크 매장의 전인석 숍매니저는 매일 아침 카카오톡 친구들에게 신제품 정보를 보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카카오톡 친구는 다음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 ‘옐로 아이디’로 연결된 고객들이다. 지난 5월 처음 시작한 지 3개월여 만에 친구 수는 2700여명, 대화 건수는 2000여건을 넘었다. 그는 “고객과 1 대 1 채팅을 통해 개별 성향을 미리 파악한 후 맞춤형 쇼핑 정보를 실시간 제공한다”며 “친구를 맺은 고객들이 다시 매장을 찾으면서 매출이 1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옐로 아이디를 비롯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가 온·오프라인을 잇는 ‘O2O(online to offline) 쇼핑’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상품의 세일, 재고 유무, 색상 등을 채팅으로 확인하고 구매에 나서는 모바일 쇼핑족이 급증한 영향이다. 소비자들의 변화에 발맞춰 연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쇼핑 결제서비스도 등장할 예정이다. 유통채널과 쇼핑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모바일 메신저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건 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8월 서울 뼉×【?옐로 아이디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 모든 점포의 7000여개 브랜드가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 서비스로 숍매니저와 쇼핑정보를 주고받는 사람은 16만4000여명에 달한다. 지난 2월만 해도 이용자는 4만명에 그쳤지만, 6개월 만에 4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서울 여의도에 사는 직장인 박철 씨(39)는 친구들 사이에서 ‘O2O 쇼핑 예찬론자’로 불린다. 백화점에 가기 전 매니저와 채팅을 통해 원하는 상품이 있는지, 없다면 언제 나오는지 등을 일일이 확인한다. 그는 “매니저를 통해 매장에 가지 않고도 매장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볼 수 있어 쇼핑이 예전보다 훨씬 편해졌다”며 “친해지면 가격흥정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매니저와 고객이 친구가 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고객이 매장에 설치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카카오톡에서 ‘롯데백화점 본점 블랙야크’ 등 매장 아이디를 검색한 뒤 친구로 추가하면 된다.
백화점 입장에선 고객을 백화점에 묶어 두는 효과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송정호 롯데백화점 MD전략부문장(상무)은 “실시간 쇼핑 정보를 받는 고객의 매장 재방문율이 평균 50%가량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네이버의 ‘네이버쇼핑(옛 네이버샵윈도)’을 활용하고 있다. 150여개 매장이 네이버쇼핑이 제공하는 1 대 1 채팅 기능을 통해 소비자와 상품 정보를 주고받는다. 정확한 고객 숫자는 파악되지 않지만 매장별로 매출의 10% 정도가 채팅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현대백화점은 추정하고 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이 지난 5월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것도 이런 효과를 노렸다는 관측이다. 압구정 본점은 현대백화점 다른 점포와 달리 30여년간 오프라인 판매만 고집해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압구정 본점이 모바일 유통 채널에 등장한 것은 1985년 문을 연 이래 처음”이라며 “올 하반기 전사 차원에서 모바일 서비스 활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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