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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방송 기상캐스터 출신…IT에 스토리텔링 입혀 디즈니 왕국 '제2의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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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

인기드라마 아이튠즈로 서비스…첫주에 100만달러 매출
애니메이션·영화사 대거 인수…막강 콘텐츠 확보
로봇·화학·SW 등 전문가 모아 신기술로 엔터테인먼트 경계 확장
10년새 주가 6배로 끌어올려…상하이·홍콩시장에 공들이는 중



[ 박해영 기자 ]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 있는 애너하임 컨벤션센터.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64)가 7500개의 좌석을 가득 채운 ‘디즈니 팬’들 앞에 섰다. 2박3일 일정으로 열린 ‘D23 엑스포’ 행사의 마지막 순서였다. D23 엑스포는 디즈니 창립자인 월트 디즈니가 뉴욕에서 디즈니를 설립한 해(1923년)를 기념해 아이거 회장이 2009년 만든 디즈니 공식 팬클럽 행사다.

격년으로 열리는 이 이벤트는 디즈니가 팬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디즈니 최대의 축제다. 컨벤션센터 무대에 오른 아이거 회장이 “플로리다 올랜도의 디즈니월드와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 단일 테마파크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스타워즈 랜드’를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디즈니 마니아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鄂杉? “입이 떡 벌어지는(jaw-dropping)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겠다”는 아이거 회장의 다짐에 참석자들은 열광했다.

아이거 회장은 정보기술(IT)과 스토리텔링을 접목해 디즈니 왕국을 제2의 전성기로 이끈 주인공이다. 지난해(9월 결산) 디즈니는 ‘겨울왕국’ 등의 대히트로 전년보다 22% 늘어난 75억달러(약 8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2005년 CEO 취임 이후 공격적인 인수로 방송, 테마파크 및 리조트, 영화, 캐릭터 등 부문별로 탄탄한 사업구조를 확립한 덕분이다. 취임 당시 20달러대였던 디즈니 주가는 이달 초 120달러를 돌파하는 등 지난 10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다.

기상 캐스터에서 디즈니 왕국 수장으로

뉴욕 토박이인 아이거는 뉴욕주 이타카에 있는 이타카대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TV와 라디오 전공으로 이학사 학위를 받았다. 지역 방송사에서 기상 캐스터로 출발한 그는 1974년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사의 하나인 ABC로 옮겼다. 성실함과 신선한 아이디어로 주목받은 그는 한 계단씩 승진을 거듭하며 경력을 쌓아나갔다. 입사 15년 만인 1989년 ABC엔터테인먼트 사장으로 발탁되면서 아이거는 자신이 구상해오던 비즈니스 모델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을 과감히 도입해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1996년 ABC를 인수한 디즈니는 3년 후 아이거를 디즈니인터내셔널 사장으로 내세웠다. 이어 디즈니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05년 마이클 아이스너로부터 디즈니 CEO 바통을 이어받았다.

디즈니 경영의 총 책임을 떠맡은 아이거의 첫 작품은 당시 ABC의 히트 드라마였던 ‘로스?rsquo;와 ‘위기의 주부들’을 애플 아이튠즈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였다.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는 처음으로 아이튠즈와 손을 잡았다. 디즈니의 콘텐츠를 더 많이 팔기 위해서는 최신 기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거의 생각이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빨랐다. 아이튠즈에 공개된 디즈니의 콘텐츠는 첫 주에 12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1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아이거의 혁신에 놀란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 등이 줄줄이 아이튠즈에 영화를 공급하겠다고 뒤를 따랐다.

아이거는 CEO 취임 이듬해인 2006년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를 74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 만화 출판사이자 영화 제작사 마블(43억달러), 2012년 루카스필름(40억달러)을 연이어 사들였다.

디즈니 혁신의 산실 ‘이매지니어링 랩’

최고 수준의 콘텐츠 못지않게 아이거가 중시하는 것은 신기술에 대한 이해와 발빠른 대처 능력이다. 디즈니 계열사별로 각각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둔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그룹 전체 CTO는 아이거 자신이 맡았다. 계열사 CTO들은 수시로 모여 최신 정보를 공유하도록 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루카스필름, 픽사, 마블, ESPN 등 디즈니 계열사들이 혁신에 성공한 것은 아이거가 그룹의 CTO 역할까지 겸하면서 신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기술에 대한 아이거의 집념은 캘리포니아주 버뱅크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동차로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이매지니어링 랩(Imagineering lab)’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상상(imagination)과 공학(engineering)의 합성어인 이매지니어링은 디즈니가 꿈꾸는 미래의 엔터테인먼트 세상을 현실로 옮겨놓는 임무를 맡고 있다. 로봇공학, 화학공학,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이매지니어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기술로 디즈니의 캐릭터에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을 한다. 아이거 회장은 수시로 이곳에 들러 입체 안경을 쓰고 가상현실 공간을 체험하며 직원들과 의견을 교환한다. 스타워즈 랜드가 개장하면 관객들은 스타워즈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선 ‘밀레니엄 팰콘’에 실제 올라탄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 시장 공략 가속

아이거 회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봄이면 55억달러를 투자한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착공 5년 만에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미키 애비뉴, 상상의 정원, 어드벤처 아일랜드, 판타지랜드, 트레저코브, 투모로랜드 등 총 6개 테마파크로 구성된다. 최근 중국의 경기둔화로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아이거 회장은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그는 최근 CNBC에 출연해 “중국은 디즈니그룹 전체에 큰 사업 기회를 주고 있다”며 “테마파크는 한 번 지어놓으면 아주 오래가기 때문에 중국의 경기둔화는 걱정하지 않으며 장기 전망은 매우 밝다”고 말했다.

홍콩 디즈니랜드도 2기 공사를 준비 중이다. 내년 말이면 디즈니랜드 처음으로 ‘아이언맨’을 테마로 하는 ‘아이언맨 비행여행’ 랜드가 홍콩에 들어선다. 아이거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가상현실과 같은 기술은 엔터테인먼트와 스토리텔링의 경계를 폭발적으로 확장시킬 것”이라?“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엔터테인먼트는 지리적 한계도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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