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기습 도발에 군 '미온 대응'논란
북한, 연천 야산에 1발·DMZ 남측에 수발 발사
군, 71분 뒤 도발원점 아닌 DMZ 북측에 응사
우리측 피해 없어…"심리전 방송 중단 안한다"
[ 최승욱 / 김대훈 기자 ] 북한군이 20일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주변 지역에 두 차례에 걸쳐 포격 도발을 강행하고 우리 군도 대응사격에 나서면서 군사적 긴장국면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우리 군이 전방지역의 11개 확성기 시설을 48시간 내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위협했다. 국방부는 전 군에 최고 경계태세(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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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왜 위협 포격했나
북한군은 북측 비무장지대에 무기를 몰래 반입, 우리 측 지역에 포격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군이 경기 연천군 중면과 인근 아군 비무장지대에 19분 간격으로 구경 14.5㎜ 고사포탄 한 발과 직사포탄 수 발을 쏜 것에 대해 군당국자는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 이후 지난 10일부터 재개된 아군의 확성기를 통한 대북 심리전에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처럼 아군 지역 위협 포격에 나선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군에 미치는 심리적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북한이 공언한 대로 확성기를 파괴하려고 했다면 여러 발의 포탄을 조준 발사했어야 했는데도 확성기로부터 수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쏜 것이 주목된다. 자칫 아군의 인명과 시설에 피해를 주면 보복대응으로 국지전 양상으로 치닫는 사태를 우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7일부터 시작된 한·미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20일 1부 훈련이 끝나면서 정부는 일상 업무로 돌아가고 28일까지는 군부대 훈련이 이뤄진다. 한·미 양국 군의 강력한 준비 태세를 감안해 ‘시위’ 차원의 ‘1회성 도발’을 한 것으로 군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군의 포격 도발에는 최전방 지역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올려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을 위축시키고 대응태세도 확인하기 위한 의도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71분 뒤 응사… 도발 원점 파악 못해
우리 군은 20일 오후 5시4분께 군사분계선 북측 500m 지점의 비무장지대에 155㎜ 자주포 20여발을 쏘았다. 북한군의 1차 도발이 이뤄진 뒤 71분 지난 시점이었다. 때문에 미온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아군의 탐지장비는 높은 궤도로 포탄을 쏘는 고사포에 한해 궤도를 계산, 도발 원점을 찾을 수 있다. 직사포는 어디에서 발사했는지 찾기 힘들다. 북한군은 고사포로 한 발만 발사했다. 아군의 탐지장비는 북한군이 쏜 고사포탄을 탐지, 탄도궤적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여러 발을 쏘는 경우와 달리 고사포로 한 발만 쏘면 탐지장비가 허상(虛像)을 보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검증작업 도중에 이어진 북한군의 2차 도발 규모가 1차보다 커 상응 표적에 수십 발 대응사격을 했다”고 설명했다. 육군은 1, 2차 도발 원점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자 직사포탄이 떨어진 아군 비무장지대의 북측 지역 중 북한군이 잘 관측할 수 있는 곳에 20여발을 쐈다. 이 같은 대응작전은 현지 사단장이 군단장의 지침을 받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이후 북한군의 도발 위협 가능성이 커지자 북한군이 공격하면 현장 지휘관의 판단 아래 도발 원점을 즉각 격파하라는 군 수뇌부의 지시가 제대로 이행됐는지에 대한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도발 원점이 확인되지 않으면 상응표적을 쏘게 돼있다”고 해명했다.
○북한 위협 불구 대북전단 살포 검토
북한군 총참모부는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중단 기한을 48시간 후인 ‘22일 오후 5시’까지라고 못 박았다. 이런 위협에도 불구,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기존 원칙대로 ‘정상적으로·불규칙적’으로 계속할 방침이다.
군은 북한의 각종 군사적 위협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검토하면서 경계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북 전광판을 다시 설치해 가동하거나 대북전단(일명 삐라)을 북한 주요 상공에서 살포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욱 선임기자/김대훈 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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