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연세대 등 '내홍'
파벌·금권선거 등 폐해 노출로 대학 대부분 '직선' 폐지됐지만
간선제 전환 반발…갈등 지속
"교수, 기득권 지키려 개입" 지적…일각선 "자율성 높여야" 반론도
[ 정태웅 / 마지혜 기자 ] 대학 총장 선출방식을 놓고 대학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부산대는 최근 총장 직선제 유지 문제로 논란을 겪다가 교수가 투신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연세대는 총장 선임에 대한 교수평의회의 투표 인준을 폐지하는 방안에 평교수들이 반발하고 있다. 각종 폐해로 총장 직선제가 대부분 대학에서 폐지됐지만 “총장 선출 과정에 교수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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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는 지난 19일 총장 직선제를 유지하기로 대학본부와 교수회가 합의했다. 부산대는 2012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와 협약을 맺고 직선제를 폐지하기로 했지만 김기섭 총장의 올해 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교수들이 반발하고 나서 갈등을 겪어왔다. 고현철 국문과 교수(54)가 직선제 유지를 요구하며 투신 사망한 사건 이후 논란 끝에 부산대는 결국 직선제를 유지키로 한 것이다.
총장 직선제는 1987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됐다. 1987년 목포대를 시작으로 상당수 대학이 직선제를 도입해 1996년에는 모든 국공립대와 사립대 중 44%가 도입하며 정점에 달했다. 직선으로 학내 민주화와 자율성은 높아졌지만 교수들의 파벌 싸움과 금권선거 시비, 대학 재정 낭비 등 부작용도 심각해졌다.
직선제 폐해가 커지자 1997년 성균관대가 사립대에서 처음으로 직선제를 폐지했고 정부도 직선제 유지 대학에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불이익을 주면서 국공립대의 간선제를 유도했다. 2012년에는 목포대 전남대 부산대 등 마지막까지 직선제를 고집하던 5개 국립대가 이를 폐지하기로 교과부와 협약을 맺었다.
간선제로 전환한 대학에서도 여전히 ‘직선제의 향수’가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직선제를 폐지한 연세대는 최근 갈등을 빚고 있다. 총장 후보 심사위원회가 추천한 복수 후보 중 한 명을 이사회가 지명하면 교수평의회가 투표로 인준해왔는데 학교 측이 최근 투표 인준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전직 단과대 학장 등 교수들이 “제도가 변경되면 소통 부재와 잠복된 갈등으로 교수 사회가 동요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총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교육계 일부에서는 교수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총장 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공립대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사립대는 이사회가 설립자 중심으로 구성돼 신뢰받지 못하기 때문에 교수의 참여 등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교육이나 연구 분위기가 훼손될 정도로 총장 직선제의 폐단이 크다”며 “직선제 폐지는 교육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정책인 만큼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태웅/마지혜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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