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글로벌 빅2 강국을 잇따라 방문해 정상 외교를 펼친다. 다음달 2∼4일 중국을 시작으로 본격 시동을 건다.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의 항일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와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재개관 기념식 참석을 위한 이번 방중은 오는 25일로 5년 임기의 반환점을 지나는 박 대통령이 임기 후반부를 시작하면서 처음 맞는 해외출장이다.
박 대통령은 중국 방문을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여섯 번째 한중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미 오는 10월16일 미국을 찾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하기로 한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날 중국 방문 계획을 발표, 세계 주요 2개국(G2) 미국, 중국을 상대로 한 외교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셈이다.
이는 취임 첫해인 지난 2013년 G2를 상대로 정상외교 행보를 벌인 것과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안보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동맹국 미국과 현 정부 들어 '정열경열(政熱經熱)'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부쩍 가까워진 중국을 상대로 '균형외교'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북공조 및 북핵문제 해결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계속되는 북한발 군사적 위기상황을 억지해 안보를 튼튼히 한 募?것이다.
이와 함께 상대국과의 실질협력 및 교류에 대한 발전과 강화 약속을 통해 경제적 실익까지 챙길 수 있다.
다만 방문 순서는 취임 첫해 미국(5월)에 이어 중국(6월)을 찾았던 것과 반대다.
이와 함께 이번 방중은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 우리의 역내 외교 주도권 확보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일본이 한국과 과거사 문제 공조를 통해 자신을 압박해온 중국을 상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면서 우리나라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일각에서 꾸준히 지적되는 '한국외교 소외론'을 해소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전격적으로 제안했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낼 경우 동북아 외교전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
또한 지난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가 우리나라와 중국 등 주변국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가운데 중국의 항일 승전기념 행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만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이럴 경우 남북 관계 개선과 함께 우리 외교 당국의 양대 과제의 하나인 경색된 한일관계 진전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일본 언론을 통해 중국의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아베 총리가 중국을 찾을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이번 방중이 꽉 막힌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진정성이 결여된 아베 담화의 내용을 지적하면서도 유연한 대응을 강조한 것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의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을 발표하면서도 전승절 기념행사와 병행되는 열병식(군사 퍼레이드)까지 참석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게 없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중국이 이번 열병식을 최대한 큰 규모로 거행하면서 자국의 군사력을 세계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상황에서 동북아 패권다툼에서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는 미국에 대한 배려가 녹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우방국 가운데 전승절에 참석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외 언론발로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불참을 요청했다는 보도를 하는 등 미국이 박 대통령의 행사 참석을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된 바 있다.
또한 한중이 나란히 '반일(反日) 대오'를 꾸리는 것에 대해 한미일 삼각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특히 청와대는 방중 계획을 발표하기에 앞서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및 한미정상회담 계획을 2개월이나 일찍 발표한 바 있는데 이같은 이례적 발표를 두고서도 전승절 참석을 공식화하기에 앞서 미국을 배려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방중 직전까지 열병식 참석에 대해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면서 열병식에만 빠지는 것은 더 이상하다는 논리와 함께 미국을 잘 설득해서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미국과의 확고한 동맹 유지를 위해 열병식 참석만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방중 브리핑에서 열병식 참석 여부에 대해 "제반 사항을 파악하면서 검토 중이고 앞으로 적당한 때에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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