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좋다 - SERI CEO회원들의 등산 동호회 '시애라'
대학생 32명 남한산성 초청
'CEO들의 지식·경험 나눠보자'…함께 걸으며 진로 등 멘토링
[ 임현우 기자 ]
“삼성은 인재를 뽑을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몸가짐이 반듯하고, 말에 질서와 예의가 있고, 글씨와 문장을 잘 쓰고, 올바른 판단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웬 고리타분한 소리냐고 느껴진다면, 삼성에 지원해선 안 되는 겁니다.”
지난 15일 남한산성 아래의 한 한식집. 삼성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의 비서팀장을 지낸 정준명 김앤장 고문(전 일본삼성 사장)이 마이크를 잡고 ‘삼성의 인재상’을 설명하자 대학생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정 고문은 이 회장이 최고경영자(CEO)의 덕목으로 제시한 지행용훈평(知行用訓評) 등을 함께 소개하며 “근면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많은 노력을 쏟아야 직장에서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삼성의 CEO 대상 지식콘텐츠 서비스인 ‘SERI CEO’ 회원들이 결성한 등산동호회 ‘시애라(詩愛羅·시와 사랑이 있는 네트워크라는 뜻)’의 127번째 등산모임. 다양한 업종의 蓚汰?100여명이 정회원인 시애라는 국내외 명산을 돌며 자연을 느끼고 시도 읊으며 윈윈하는 모임이다.
1 대 1 멘토링은 70주년 광복절을 기념해 ‘CEO들의 지식과 경험을 젊은이들과 나눠보자’는 뜻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행사다. 시애라 회원 32명과 인터넷으로 공개모집한 대학생 32명이 멘토와 멘티를 맺고 나란히 남한산성을 걸었다. 손문승 현대글로벌로직스 대표는 물류회사 취업을 원하는 류철민 씨(한국외국어대)와, 신동기 이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금융에 관심이 많은 김민기 씨(서강대)와, 유정화 유앤아이컴 사장은 홍보맨을 꿈꾸는 곽선민 씨(성신여대)와 ‘짝꿍’이 됐다.
건축설비업체 세일이엔에스에 사원으로 입사해 여성 CEO 자리에까지 오른 심기석 대표는 건축학을 전공하는 하상윤 씨(인천대)에게 “직장생활에서는 성실함과 우직함이 최고의 덕목”이라고 조언했다. 하씨는 “부모님이나 교수님도 비슷한 조언을 해주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높은 목표를 이룬 CEO들이라 그런지 남다르게 와 닿는다”고 말했다.
보름 전 전역해 진로 설정에 대한 조언을 구하려고 참석했다는 김진수 씨(상명대)는 이광석 인크루트 사장과 함께 걸었다. 그는 “이 사장님이 나와 비슷한 나이(24세)에 인크루트를 창업했다는 얘기를 듣고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식의 힐링에 너무 빠져들지 말라”며 “성공과 실패도 삶의 일부분이고, 젊어서 다양한 역경에 부딪히며 경력을 쌓아야 일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시애라는 2005년 2월 시작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달 1회 등반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산악인인 정영구 등반대장은 “혹한기나 혹서기엔 한 번씩 쉬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대부분의 CEO가 ‘날씨 핑계로 쉬면 안 된다’며 반대하더라”고 전했다. 이 같은 끈끈함 덕분에 지금까지 거쳐간 회원 수가 1000명을 웃돈다. 시애라는 앞으로 대학생 대상 멘토링 행사를 정기적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광주=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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