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 SK그룹, 인수·합병 줄줄이 실패…매출 정체로 이어져
[ 최유리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되면서 SK그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2년 넘게 사령탑 부재로 새 먹거리 발굴에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2012년 최 회장의 주도로 인수한 SK하이닉스 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구속된 2013년 이후 굵직한 인수·합병(M&A)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2013년 SK텔레콤은 경비업체 ADT캡스 인수에 참여했다가 중간에 포기했다. SK E&S는 STX에너지 인수 의사를 밝혔다가 발을 뺐다.
지난해에는 SK에너지의 호주 유류공급업체 UP의 지분 인수 계획이 무산됐다. SK이노베이션은 충국 충칭 부탄디올(BOD) 합작 공장 설립 프로젝트를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SK네트웍스는 KT렌탈 인수전에서 롯데그룹에 밀린 데 이어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특히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선 그룹 총수의 역할이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당초 주요 대기업 오너들은 관련 사업을 직접 챙기며 승부에 나섰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경영에 복귀한 김승연 한화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사업권을 획득했다. 반면 SK네트웍스는 최 회장의 공백 속에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성장 동력의 부재는 매출 정체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그룹 지주사 SK의 매출액은 2012년 119조원에서 2014년 110조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5670억원에서 2조3688억원으로 48% 줄었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액 65조8652억원, 영업손실 2312억원을 기록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여파로 37년 만에 영업적자를 낸 것. SK텔레콤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2% 감소한 1조8251억원을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시야와 책임 경영이 요구되는 굵직한 사업 추진의 경우 오너의 결정이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SK도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그룹 전반의 경영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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