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롯데 사태’를 계기로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인 2200여개 기업의 최대주주 기재 현황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대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다른 기업으로 불똥이 튀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오는 17일 기업의 반기보고서 제출이 끝나면 다음달 말까지 최대주주에 관한 기재 실태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최대주주의 해당 기업 지분율과 대표자, 재무·사업 현황이 제대로 적혀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미흡하면 보완 시정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점검 대상은 상장법인 1900여개와 비상장이지만 증권 발행 실적이 있거나 주주가 500인 이상인 외부감사법인 300여개 등 2200여곳이다.
기업공시 서식 작성기준에 따르면 사업보고서 제출 법인은 ‘주주에 관한 사항’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 소유 현황과 단일 최대주주에 대한 세부 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진 단일 최대주주가 개인이면 주요 경력을, 법인이면 법인의 개요를 써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재 내역이 서식에 어긋나는 회사에는 고치도록 요구하고, 정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개별적인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최대주주 공시에 대한 행정지도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롯데 사태 이후 현행 최대주주에 대한 정보전달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상장사 등이 작성지침대로 최대주주를 기재하지 않아도 정정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다. 작성지침이 법상 강제력이 없는 하위 규정인 데다 최대주주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회사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롯데알미늄과 롯데물산 등 롯데 계열사들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 7월 롯데알미늄에 행정지도를 하면서 회사가 단일 최대주주인 L제2투자회사에 대해 서식대로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해당 내용을 보완·보충하도록 행정지도를 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와 함께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강력한 행정지도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최근 롯데그룹에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L제2투자회사에 대한 정보를 추가로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L제2투자회사에 대한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다가 지난해 7월 금감원 지도를 거쳐 처음으로 회사 소재지와 재무현황을 공개했다. 이번에 보완을 요구한 것은 최대주주의 대표자 등 작성지침상 누락된 내용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롯데 사태를 계기로 공정거래위원회뿐만 아니라 금감원까지 기업을 강하게 옥죄고 나서는 데 따르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지렛대로 규제당국이 다른 기업들까지 다그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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