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지털기기의 운영체제(OS)를 통합한 윈도10을 내놨지만 국내에서는 정부 기관과 일부 금융사이트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혼란을 빚고 있다는 보도다. 심지어 일부 기관은 아예 “윈도10 업그레이드를 자제해 달라”는 공지까지 올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IT 강국이라면서 최신 OS가 나와도 사용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혼란은 윈도10에서는 보안, 결제 관련 액티브X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서 비롯됐다. 그동안 액티브X는 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IE)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다른 웹브라우저와의 호환성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액티브X를 이용한 공인인증 방식만을 고집해 다양한 웹브라우저가 공존하는 해외와 달리 한국은 IE 외엔 살아남기 힘든 인터넷 환경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액티브X가 해킹의 주요 경로로 지목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오죽하면 MS조차 사용 중단을 권유했을 정도다. 결국 MS가 윈도10에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는 새 브라우저를 내놓으면서 국내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웹 표준으로 가는 글로벌 흐름을 제대로 쫓아가지 못해 최신 OS로의 업그레이드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구글이 액티브X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비표준기술(NPAPI) 지원을 곧 중단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글은 이미 서비스 杉?예고까지 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 기능을 결제서비스에 이용하는 국내 쇼핑몰이 적지 않아 혼란이 불가피하다. 모두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채 비표준기술을 고집한 결과다. 업그레이드를 안 한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럴수록 한국은 더 고립될 뿐이다. OS 호환성 문제만이 아니다. 과거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로 인한 고립을 벌써 잊었다는 식이다. 그런데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들만 자꾸 생겨난다. 한국 IT조차 ‘규제왕국 갈라파고스’의 오명을 뒤집어쓸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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