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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였던 한국의 발전,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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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참전영웅' 태극무공훈장 받은 미 해병 출신 헥터 캐퍼라타 씨

장진호 전투서 중공군에 포위
"명예롭게 싸우려고 최선 다해…전우들의 희생 헛되지 않았다"



[ 김대훈 기자 ] “폐허였던 한국이 이렇게 발전한 모습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6·25전쟁에 참전한 미국 해병 출신 헥터 캐퍼라타 씨(86·사진)는 6·25 정전 62주년 기념일인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6·25 최대 동계전투인 장진호 전투에서 미국 해병대 소총수(일병)로 참전해 혁혁한 전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는 이날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

그는 “내가 이 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훈장을 받으려고 참전한 게 아니었다”며 “한국군과 함께 한국을 지켜낸 것을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1950년 말 장진호 전투에서 미 해병 7사단 5연대 2대대 F중대 소속이었다. 사흘간 중공군에게 부대가 완전히 포위됐을 때 소총과 수류탄을 지니고 진지 정상에 올랐다. 상반신을 노출해 스스로 표적이 되면서까지 적을 사살하는 용맹을 발휘했다.

캐퍼라타 씨는 “미 해병대는 적들에게 항복하지 않고 명예롭게 싸우는 걸 원칙으로 한다”며 “적에게서 전우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전투에서 적의 수류탄에 두 손가락을 잃은 그는 이듬해 명예 전역했다. 미국 명예훈장(Medal of Honor)과 은성무공훈장, 국가방위헌신훈장을 받았다. 그의 고향 플로리다 케이프코럴에는 그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가 세워졌다.

지난 23일 방한해 비무장지대(DMZ) 방문 등 국가보훈처 주관 행사에 참석한 그는 “(한국의) 어린아이부터 청년까지 열정과 최선을 다하고 나라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이들이 이런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면 내 전우들의 죽음이 헛되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이라는 그는 “항상 미국으로 돌아가면 가족, 친구, 이웃들에게 한국의 (달라진) 모습을 이야기하곤 한다”며 “한국을 지켜낸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기념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와 참전국 외교사절, 유엔군 참전용사 후손 대학생, 시민, 군 장병 등 모두 3000여명이 참석했다. 영국인 6·25 참전 영웅인 윌리엄 스피크먼 씨(88)도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 당시 미 공군 전투기 전대장으로 참전해 한국 공군의 현대화에 기여한 윈턴 마셜 미 공군 예비역 중장(96)에게는 ‘유엔군 참전의 날 유공 국민훈장’이 수여됐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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