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출장이나 여행을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소니 워크맨을 사들고 귀국하는 것이 최고의 기쁨이었다.</p>
<p>일본산 '소니' 워크맨을 손에 들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청소년들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귀하디 귀한 일본 제품을 갖지 못한 청소년들은 소니 짝퉁이라 불리는 '메이드 인 코리아' 삼성(SAMSUNG)의 '마이마이'(mymy)를 허리춤에 차고 다녔다. 국산 브랜드가 '최고'는 아니지만 '대안'으로 만족했던 시기다.</p>
▲ 왼쪽부터 소니의 워크맨, 삼성의 갤럭시S6, 샤오미의 휴대폰 보조배터리 |
<p>사람들의 마음은 항상 어디로 향할지 종잡을 수 없고 어떻게 그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소니의 짝퉁이라고 불린 '삼성'은 어느새 소니를 잠재우고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불과 20년 만의 일이다. 까탈스런 소비자들이 과거의 연인을 잊고 새로운 브랜드에 마음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p>
<p>요즘 온라인 쇼핑몰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대륙의 실수 '샤오미'(xiaomi)가 그 주인공이다. '소니'에서 '삼성'으로 지각변동을 한 브랜드 파워가 불과 몇 년 만에 다시 흔들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p>
<p>샤오미의 선봉에 선 핸드폰 배터리 하나가 권력 지형을 '메이드 인 재팬'에서 '코리아'로, 다시 '메이드 인 차이나'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터닝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p>
<p>샤오미의 핸드폰 배터리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거기까지"라고 말했다. "핸드폰 배터리는 액서서리에 지나지 않는다"며 애써 무시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샤오미는 이런 짝퉁의 설움을 대륙의 힘으로 날려버리고 있다.</p>
<p>휴대전화 배터리에 이어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정수기, 선풍기, 체중계, 운동화까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다. 시장에서는 이러다 '샤오미 장미꽃'마저 나올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p>
<p>샤오미 창업자 레이쥔(雷軍)은 콘베이어 벨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사의 제품들을 '샤오미 생태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p>
▲ 샤오미의 제품들, 왼쪽부터 샤오미 스마트폰, PC카메라, 공기청정기, 전원어댑터. |
<p>중소기업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자본과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제품이 좋고 경쟁력도 있는데 환경적으로 여건이 어렵다는 표현이다. 과연 제품의 완성도보다 환경적 어려움이 크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p>
<p>샤오미를 보자. 브랜드 초기에 스마트폰이 출시되었을 때 아이폰의 짝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짝퉁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p>
<p>하지만 스틸 재질과 백색 컬러, 라운딩된 라인과 미니멀한 디자인은 샤오미의 아이덴티티로 일관되게 이어오고 있다. 제품의 뛰어난 디테일과 지속성 있는 디자인 철학은 짝퉁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줄이고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로 자리잡았다.</p>
<p>브랜드 철학이나 디자인 철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뚜렷한 지향점과 가치관을 갖고 있을 때 형성된다.</p>
<p>중소기업 CEO들이 디자인을 고민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돈이 없어서 제대로 된 디자인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구축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아서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틀린 말이다.</p>
<p>좋은 브랜드를 가지려면 작을수록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해야 하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일관성있게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브랜드 구축에는 돈보다 '생각과 기준'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p>
<p>샤오미가 짝퉁 아이폰을 만들어 그럭저럭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끝났다면 지금 우리는 '대륙의 실수'란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삼성의 위기'도 '대한민국의 위기'란 단어도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지 않았을 것이다.</p>
<p>뚜렷한 생각으로 자신만의 가치를 디자인해야 한다. 그것만이 위기를 돌파할 지름길이다. 샤오미의 성장 돌풍은 창업자 레이쥔의 '일관성 있는 브랜드' 전략에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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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인 한경닷컴 정책뉴스팀 기자 zzang@qompa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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