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發 내수 부진 이어져
새로운 시장 개척 업종보다
대중적 업종 선호경향 강해
생활맥주 등 '미들비어' 인기
소형 커피숍·베이글 카페 관심
[ 강창동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나 그리스 경제위기 등으로 촉발된 내수 불경기의 회복 속도가 더디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4월 104에서 5월 105로 올랐다가 메르스가 확산되기 시작한 6월 99로 크게 떨어졌다. 경제심리지수는 4월 100, 5월 98, 6월 88로 하강곡선을 그렸다.
창업시장도 마찬가지다. 수년간 이어진 내수경기 침체의 여파에다 메르스 사태가 소비 시장에 부담을 주면서 창업시장은 얼어붙었다.
대중성·안정성이 창업시장의 핵심
올해 창업시장은 지난해와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시장을 주도했던 스몰비어, 빙수전문점, 밥버거, 치즈등갈비 등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한식전문점, 프리미엄 김밥전문점, 소형 커피전문점 등이 치고 올라가는 분위기다. 경제적인 악재가 많아 소비가 줄어들다 보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업종보다는 한식이나 분식, 커피 같은 대중적인 업종을 선호하는 경향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 수는 2005년 61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취업자 수 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2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2개국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과도한 창업의 피해는 자영업자들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고 창업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신규 창업자들은 대중성과 안정성을 담보하는 업종을 찾게 되는데 가장 눈에 띄는 업종이 한식과 프리미엄 김밥전문점이다. 김밥전문점은 분식전문점 시장을 대체하면서 안정적으로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바르다김선생’이 시장을 이끌어가는 가운데 ‘고봉민김밥’ ‘찰스숯불김밥’ 등 새로운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다.
빙수전문점·스몰비어는 제자리걸음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빙수전문점과 스몰비어는 추동기 매출 하락과 수익원 다각화 실패라는 단점 탓에 인기가 시들해졌다. 커피와 디저트의 조합이 해답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다양한 ‘디저트 카페’가 나타났다. 일본풍 디저트 전문점 ‘카페 두다트’를 비롯 브런치·디저트카페인 ‘바빈스커피’, 멀티 디저트 카페인 ‘요거프레소’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스몰비어의 문제점을 보완해 생겨난 업종이 ‘미들비어’다. 너무 간단한 안주만 취급해 객단가가 낮은 스몰비어의 문제점을 보완한 미들비어는 치킨, 샐러드 등 다양한 안주로 객단가를 올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생활맥주’ ‘청춘싸롱’ ‘맥주마트’ 등이 미들비어의 사례로 꼽힌다. 주점은 대체로 복고풍이 유행하고 있다. 복고풍 주점들을 일명 ‘감성주점’이라고 부르는데 ‘신라의 달밤’ ‘달동네포장마차’ ‘구(舊)노(路)포차’ 등은 영화 세트장처럼 오래전 거리에서나 볼 수 있던 포장마차 분위기를 실내에 재현했다.
하반기에 예상되는 한식의 진화
올 하반기에는 시장성이 넓은 한식이 진화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한다. ‘집밥’ 열풍과 ‘쿡방’ 등에서 다뤄지는 한식의 진화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에도 타격을 입지 않았던 배달·테이크아웃 등 업종도 뜨거운 관심을 받을 것이다. 배달과 테이크아웃, 홀 판매를 겸하는 업종은 안정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도시락 전문점인 ‘한솥’과 삼각김밥·규동 전문점인 ‘오니기리와이규동’, 원할머니보쌈·족발, 훌랄라숯불바비큐치킨 등이 여기에 속한다.
커피시장에서는 소형·저가 커피숍과 베이글 카페에 주목하는 창업자가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카페베네가 기존의 유럽풍 카페 스타일에 이어 뉴욕풍 카페 스타일인 ‘카페베네 126베이글’을 출시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소형 커피숍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브랜드는 백종원 ‘새마을식당’ 대표가 출시한 ‘빽다방’이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글로벌프랜차이즈학과장(창업학 박사)은 “5~6년 전만 해도 창업시장의 트렌드 주기가 3~4년이었는데, 최근에는 2년 이하로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불황일수록 업종을 선택할 때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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