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양사 구조조정반 합쳐 지원단 출범
채권단, 대우조선에 공동 경영관리단 파견
성동조선은 삼성중공업에 경영 맡긴 뒤 매각 추진
[ 도병욱 / 김일규 기자 ]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조선업체의 구조조정을 개별 기업 단위가 아닌 산업 차원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을 한데 묶어 구조조정에 나서고,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을 삼성중공업 등에 위탁경영시킨 뒤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이를 위해 대우조선 구조조정반과 STX 구조조정반을 합쳐 ‘조선업 정상화 지원단’(가칭)을 출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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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수주로 시너지 낸다
채권단이 대우조선과 STX조선을 한데 묶어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두 회사의 최대주주가 모두 산업은행인 데다 주력 선종이 겹치지 않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우조선은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초대형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에 강점을 보이 ?있다. STX조선은 중형선박에 대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STX조선 자회사 중에는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미래 먹거리’라고 평가한 크루즈선박을 만드는 회사도 있다.
여기엔 정부의 의지도 반영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개별 기업 구조조정에서 업종별 구조조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공동으로 영업과 기자재 구매를 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논의하기 위한 팀을 꾸렸다. 발주사로부터 선박을 함께 수주한 뒤 이를 나눠 건조하면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고, 기자재를 공동으로 구매하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TX조선 사장을 지낸 정 사장이 여기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이날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실사는 삼정회계법인이 담당하며 대우조선뿐 아니라 대우망갈리아, 드윈드 등 해외 자회사에 대한 실사도 진행키로 했다. 실사 결과를 토대로 대우조선에 대한 자금 지원과 자본 확충 방안 등을 마련키로 했다.
산업은행은 이와 별도로 대우조선의 주요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및 농협은행과 공동으로 경영관리단을 파견키로 했다. 더불어 대우조선의 정상 영업을 위해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가 발주한 컨테이너선에 대해 7억달러(약 8000억원)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 취급을 승인했다.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을 위탁경영하면 여러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채권단은 기대하고 있다. 두 회사의 주력 선종이 달라 낭비요소도 거의 없다. 삼성중공업이 위탁경영을 거부하면 한진중공업을 상대로 위탁경영 의사를 타진할 계획이다.
“판 바꾸지 않으면 생존 불가”
중소 조선업체는 금융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형 조선업체들도 저가 수주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이 해양플랜트 수주로 본 손실만 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자금난에 빠져 있는 중소 조선사의 상황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STX조선은 2013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갔지만 2년이 지나는 동안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동조선 사정은 더욱 나쁘다. 2010년부터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됐지만 추가 자금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4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려던 계획을 세웠지만, 다른 채권은행이 반대하면서 수출입은행이 단독으로 3000억원을 지원하는 일도 있었다. SPP조선과 대한조선 등의 상황도 비슷하다.
조선업계에서는 중소 조선업체들의 주력 선종이 중국과 겹치기 때문에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 조선사들이 영업력과 기술개발 역량이 떨어져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 조선사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도병욱/김일규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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