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표결 분석 - 2.43%P 차이로 승리
국민연금 찬성 결정에 국내 기관들 대거 가세
소액주주 24.43% 중 합병반대는 3% 불과
[ 임도원 / 허란 / 김우섭 기자 ]
‘국내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는 압도적 찬성, 외국인 주주도 3분의 2만 반대.’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을 다룬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 표결 결과는 이렇게 요약된다. 국내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 대부분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합병 반대에 맞서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일부 외국인 주주도 절대적으로 엘리엇이나 ISS(기관투자가서비스) 등 국제 의결권 자문기관의 의견을 따르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병 후 시너지 창출에 대한 기대와 엘리엇의 공격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어우러진 결과로 풀이된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 먹혔다
삼성물산이 이날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연 임시 주총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에 대해 의결권이 있는 전체 주식(1억5621만7764주) 가 諍?84.73%인 1억3235만5800주가 투표에 참여해 이 가운데 9202만3660주가 찬성했다. 총 주식의 58.91%, 투표주식의 69.53%가 합병안을 지지한 것이다. 반대는 총 주식의 25.82%, 투표주식의 30.47%였다. 이날 합병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주총 특별결의요건은 전체 발행주식 수의 56.48%인 8823만7200주였다. 2.43%포인트 차로 삼성물산 측이 ‘신승’한 셈이다.
삼성물산의 승리를 이끈 주요인은 국내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몰표’로 분석된다. 삼성물산 지분 22.26%를 보유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주총 직전까지 대부분 합병안에 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분 11.21%를 보유해 개별 주주로는 지분율이 가장 높은 국민연금이 지난 10일 합병에 찬성키로 결정하면서 다른 기관투자가도 대부분 뒤를 따랐다. 이번 합병안에 찬성한 한국투자신탁운용(지분율 2.87%) 관계자는 “최근 통합 삼성물산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나온 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주들을 더욱 신경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합병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표결에 참석한 소액주주도 대부분 합병에 찬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물산과 증권업계는 소액주주 24.43% 가운데 3% 안팎 정도만이 합병에 반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합병 무산 시 삼성물산의 장기적인 기업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높아진 데다 삼성 직원들이 일일이 주요 주주를 직접 만나며 설득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NH-CA자산운용 관계자는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개인 ‘큰손’들 가운데는 엘리엇을 ‘단기 먹튀’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상당수 외국인, 엘리엇에 등돌려
외국인 주주 가운데서는 예상했던 대로 반대표가 많았다. 그러나 일방적 ‘몰표’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이번에 합병 반대 의견을 낸 외국인 주주는 전체 33.53% 가운데 약 23%로 추산된다. 나머지 10%가량은 찬성했거나 기권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주주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합병에 반대하지 않거나 기권한 셈이다.
국제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합병에 반대할 것을 투자자들에 권고했고 엘리엇이 일부 동조 세력을 결집시킨 점을 감안하면 삼성물산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삼성물산 경영진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외국인 주주들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서면서 싱가포르투자청(1.47%) 등 일부 외국 기관투자가가 합병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 상당수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하지 않으면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 69.53%
17일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 안건에 대한 참석 주주들의 찬성률. 국내 상법상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날 합병 승인의 마지노선은 66.67% 였다.
임도원/허란/김우섭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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