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 이재용 부회장 '삼성 승계' 밑그림 완성
삼성물산 지주사로 거듭…이재용 그룹 지배력 탄력
삼성 오너가 전반 그룹 경영권 동시 강화 효과도
[ 김민성 기자 ] 17일 오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전격적으로 성사되면서 통합 삼성물산은 실질적인 삼성그룹의 지주사로 거듭나게 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잇는 이재용 부회장의 시대가 본궤도에 오르는 신호탄이다.
2013년부터 제일모직 통폐합, 삼성SDI, 삼성석유화학 사업재편, 삼성SDS·제일모직 상장,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등 방산·화학 4사 한화 빅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까지 2년 가까이 숨가쁘게 달려온 '삼성 후계 작업'이 이날 합병안 최종 가결로 정점을 찍었다는 반응이다.
이날 오후 12시를 넘겨 가결된 삼성물산 합병안에 앞서 오전 9시 열린 제일모직위 주주총회 합병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주주 출석률은 85.8%, 합병 안건은 별다른 의사진행 반대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일사천리로 가결됐다.
당초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달리 진통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신인 竊봇」値5?시절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등 오너 일가가 4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해 대주주로 올라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였다.
이번 합병의 주요 목적이 이 부회장 등이 보유한 다수 제일모직 지분을 통합 삼성물산으로 큰 손실없이 이전시키는 데 있었던만큼 합병이 성사되면 오너 일가뿐만 아니라 소액주주 및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절대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합병 성공으로 통합 삼성물산이 사실상 삼성그룹 지주회사로 변모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시대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게됐다. 이 회장에게서 이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의 큰 그림이 어느정도 완성됐다는 평가다.
지주사 출범 이슈는 이재용 체제로 거듭나는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의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삼성그룹 지배 정점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해 온 제일모직이 그룹 원조 격인 삼성물산을 전격 흡수 합병하면서 지주사 탄생도 현실화됐다.
통합 삼성물산이 그간 지주 역할을 해온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을 동시 흡수 합병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제일모직 대주주(23.24%)인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법인을 통해 당초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전자 4.1%, 삼성SDS 17.1% 등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 등 오너 3세들은 이번 합병으로 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삼성은 이미 한차례 무산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을 다시 추진하고, 제일모직 및 삼성물산에 흩어져있는 건설 사업 부분을 한데 합치는 등의 사업재편 마무리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통합 법인은 오는 9월 1일 자로 출범한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물산.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고,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이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한 뒤 사명을 삼성물산으로 바꿔다는 방식이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1938년 설립됐다.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된 뒤 해외영업을 주도해 왔다. 1995년 삼성건설 합병 후에는 건설과 상사부문으로 나뉘어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해왔다.
지난해부터 그룹 계열사간 사업 재편으로 우여곡절을 겪어온 제일모직은 출범 5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제일모직은 1963년 설립돼 부동산 및 테마파크 사업을 시작으로 건설, 식음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 현재 제일모직은 지난해 통합된 삼성에버랜드가 모체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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