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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 '4차 산업혁명' 시작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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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뮌헨으로 가는 도중에 아우구스부르크가 있다. 이곳에 본사를 둔 쿠카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은 벤츠 지멘스 등 독일의 간판기업들이 쓰는 제품이다. 예컨대 벤츠의 S클래스 공장은 수천 대의 쿠카 로봇으로 자동차부품을 가공하고 있다.

쿠카로보틱스 본사에 들어서면 곳곳이 공사판이다. 건물을 증축해 ‘로봇대학(robot college)’을 설립하고 연구개발센터와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다양한 지능형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세계 최강의 제조업 경쟁력을 갖춘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4.0)’을 주도하며 산업계의 판을 바꾸려 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네트워킹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가 이의 핵심이다. 지능형 로봇은 4차 산업혁명을 구현하는 주요 공정 중 하나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1차), 포드의 대량생산시스템(2차),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PLC)를 활용한 자동화(3차)에 이은 새로운 산업혁명이다. 이를 선도하기 위해 독일의 기업과 연구소, 대학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협업하며 톱니바퀴처럼 움직이고 있다.

獨, 최강 제조업에 '날개'

제조업 경쟁력 덕분에 독일이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무역만 봐도 한눈에 나타난다. 지난해 독일이 기록한 무역흑자는 2158억달러에 달했다. 경제대국인 미국이 같은 기간 7217억달러, 영국 1910억달러, 일본 1220억달러, 프랑스가 940억달러 적자를 각각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이런 제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한 로드맵이 4차 산업혁명이다.

한국의 제조업은 어떤가.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지난해 471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웬일인지 자긍심이나 ‘한 번 재도약해보자’는 의욕을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은 작년 1분기 77.1%에서 올 1분기 74.4%, 지난 5월 73.4%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상반기 수출도 269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 줄었다. 아무리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 엔화와 유로화의 동반약세 등 대외요인 탓이라 해도 최근 몇 년 동안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급속히 확대하며 경제영토를 확장해온 터여서 충격은 크다.

제조업경쟁력 강화 긴요

문제는 가동률과 수출이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기업 경쟁력의 핵심인 기술 면에서 보면 한국의 핵심 소재·부품·기계산업은 여전히 독일 일본에 밀린다. 반면 중국의 추격은 매섭다. 경공업뿐 아니라 최근에는 기계 등 중공업 분야에서도 한국을 추월할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시설을 확충한 한 중견기업은 자동화설비의 절반가량을 중국산 기계로 채웠다.

미래에 대한 대비도 부족하다. 예컨대 정부가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뼈대로 한 ‘제조업3.0’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당수 중견·중소기업들은 당장의 먹거리에 급급할 뿐 이에 대해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는 곧 제조업 경쟁력 제고여야 한다. 이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및 인력공급시스템 등을 손볼 필요가 있다. 21세기형 제조업인 스마트팩토리마저 뒤지면 선진국 추격이 더 힘들어질 것은 불문가지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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