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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특급' 중국증시 현장을 가다 ③] "곰이든 소든 잡으려면 '우리' 들어가야…현지 리서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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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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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민경 기자 ]

    만만디(慢慢的, 천천히)는 흔히 중국인의 특성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리다는 것인데, 부정적 의미보다는 느긋하고 신중한 대륙인의 기질을 드러내는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최근 중국 주식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만만디란 말이 무색하다. 하루에도 냉탕(급락)과 온탕(급등)을 수 차례 오가는 모습에선 콰이콰이(快快, 빨리빨리)란 말도 부족해 보인다. 극단적인 쏠림 현상과 변동성으로 인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주식 때문에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안갯 속에 휩싸인 중국 주식 시장은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커다란 불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후강퉁(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 교차 매매 허용) 시행으로 중국 투자에 나선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 갈 지 예측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한경닷컴]은 '거품 붕괴의 서막'이란 비관론과 '재도약을 위한 조정'이란 낙관론이 부유하고 있는 중국 주식 시장의 '속살'을 직접 들여다보기 위해 3박4일 간 상하이를 찾았다. [편집자주]


    중국 상하이 푸동(浦東) 금융지구 한 가운데는 커다란 원형 육교가 있다. 이 곳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면 360도로 펼쳐진 초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덮고 있다.

    국제금융센터(IFC)와 상하이세계금융센터(SWFC), 증권·금융사 건물들은 맑은 날에도 꼭대기를 보기 힘들만큼 까마득한 높이를 자랑한다.

    푸동의 초고층 스카이라인만큼 앞을 가늠하기 힘든 것이 최근 중국 증시다. 매일 급등락을 반복하며 요동치는 중국 증시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푸동 빌딩숲을 가로질러 엄준호 NH투자증권 상하이 사무소장을 따라 들어간 곳은 상하이 증권거래소였다. 거래소 빌딩 12층에 도착하자 그와 현지 직원 단 둘이 근무하고 있다는 사무실이 나타났다.

    사무실 크기에 비해 일하는 직원이 적어 썰렁함마저 느껴졌다. 중국의 거대 자본시장 한 가운데서 홀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국 증권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中 진출 한국 증권사 '걸음마' 단계

    "아직 중국 자본시장에서 한국 증권사들은 이렇다 할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찾아 왔을 때 제대로 걷고 뛰려면 미리 이 땅에 적응하고 일어서는 법부터 터득해야죠."

    NH투자증권은 과거 LG투자증권 시절인 1996년 상하이 땅을 처음 밟았다. 지금보다 더 중국 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관심도 높지 않았던 때 한 발 앞서 현지에서 사업 기틀을 다지기 시작했다.

    현재 NH투자증권 사무소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정식 사업자가 아닌 대표처로 등록돼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아직 해외 증권사들의 영업 활동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상하이에 진출해 있는 해외 증권사 대부분은 현지 거점 기능을 하는 대표처만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 사무소는 중국 현지와 한국 본사를 연결하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간단한 시장 조사와 함께 본사 해외상품 부문 자문을 담당하고 있으며, 중국 회사의 국내 기업공개(IPO), 한중 크로스보더(cross-border)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도 돕고 있다.

    특히 지난해 후강퉁 시행으로 중국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한국 애널리스트(기업 분석가) 방문과 기업 탐방이 많아져 업무가 한층 늘어났다.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상하이 사무소가 10년 가까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는 한 가지다. 중국 증시의 사업권을 거머쥐는 것이다.

    "저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중국이 해외 증권사들에게 문을 열어줄 것을 대비해 시장 진출에 필요한 '교두보'를 만드는 것입니다. 미리 현지에서 이름을 알리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으려는 거죠. 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은행들도 처음 몇 년은 저희와 같은 대표처 형태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 증시 과열 상상 이상…고리 대출 유혹

    그는 중국 현지에서 체감하고 있는 주식 열풍에 대해 한국에서 추측하는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 증시의 급·등락 여부를 떠나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만 놓고보면 '과열' 상쨋遮?것.

    NH투자증권 사무소가 있는 금융지구는 물론 어디를 가도 주식 이야기하는 사람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엄 소장의 설명이다.

    "주위에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이 나오니 너도 나도 주식에 뛰어드는 것 같아요. 손해를 본 사람도 이를 되찾기위해 또 주식을 하고요. 사설 투자자문사도 전보다 많이 생겼고요. 심지어 주식을 할 수 있도록 고리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곳도 있습니다. '증시 과열이 이런 것이구나' 실감하고 있죠."

    올 들어 상하이종합지수가 5000선을 넘어섰을 때부터 푸동 금융지구에서는 과열 진단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증시 과열에 따른 조정 양상이 얼마나 더 지속될 지 우려스럽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장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여전히 강력한 증시 부양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기 둔화를 막아야 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기업의 자금 조달과 국민 소비력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증시 부양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증시가 폭등한 데는 정부 의지와 정책 효과가 가장 크게 작용했습니다. 당국이 올해 들어 증시 과열을 진정시킬 목적으로 여러 조치를 내놓긴 했지만, 근본적인 정책 기조는 조정보다 부양 쪽에 있다고 봅니다."

    지난 달 중순 이후 연일 폭락하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정부가 긴급 수혈에 나서면서 조금씩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국무원은 증시 안정을 위해 약 2500억위안(45조6000억원)을 긴급히 경제 분야에 투입키로 했다. 은행감독관리위원회도 시중은행으觀壙?신용대출을 받은 개인투자자들에게 만기를 재연장해주는 부양책을 내놨다.

    ◆ 후강퉁 이어 선강퉁…리서치 인력 필수

    엄 소장은 중국 주식 열풍을 지켜보며 현지 리서치센터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고 털어놨다.

    국내 증권사 입장에서 중국 증시는 기회만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현지 리서치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중국 증시에서 앞으로도 미친소'(강세장)'가 나타날지 궁금하다면 우선 소 우리에 들어가는 게 맞다고 그는 말했다. 설령 미친소가 아닌 곰(약세장)이 튀어나오더라도 마찬가지다.

    "후강퉁 이후 중국 투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상황이지만 현지 리서치 인력은 현저히 부족하죠. 곧 선강퉁(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 허용)도 시작되는 걸 감안하면 하루 빨리 준비해야 합니다. 리서치 업무라는 게 서류 뿐 아니라 현장에서 봐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현지 조직을 꾸리는 게 중요하죠."


    현재 국내 주요 증권사와 운용사 중 상하이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곳은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한국운용, 미래에셋운용 정도다.

    KDB대우증권의 경우 실적 부진을 이유로 상하이 사무소를 철수시켰고, 한화투자증권도 상하이를 떠났다. 국내에서 후강퉁 거래를 가장 활발히 하고 있는 삼성증권은 상하이 사무소는 접고 베이징에만 사무소를 두고 있다.

    상하이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곳 중에서도 제대로 된 리서치 인력을 가진 곳은 한국운용 뿐이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薩?기업에 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은 중국 현지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리서치 정보를 받아오거나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는 리서치 인력들이 틈틈히 중국을 다녀와 리서치 자료를 만든다.

    엄 소장은 그러나 한국 증권업계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국내 증권사들의 현지 리서치센터 설립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증권사들도 후강퉁을 계기로 현지 리서치센터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최근에는 푸단대 등 상하이 현지 대학을 졸업한 한국 학생들을 많이 뽑는 걸로도 알고 있습니다. 시간 상의 문제이긴 하지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조만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봅니다."

    상하이=박희진/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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