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4회 디오픈 16일 밤 개막
캘린더 그랜드슬램도 기대
마스터스·US오픈 우승 등 올 시즌 유일하게 4승 고지
절정의 샷 감으로 자신만만
넘어야 할 산 많아
거센 바람 '올드코스' 경험 부족…파울러·대니 리 등 영건 도전 거세
장타자 존슨과 동반 플레이 '변수'
[ 이관우 기자 ]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진짜 목표입니다. 골프의 모든 면을 정복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미래의 골프 황제’ 조던 스피스(22·미국). ‘메이저 중의 메이저’로 불리는 제144회 디오픈(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날아온 그는 15일(한국시간) 골프채널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결전을 앞둔 속내를 이렇게 표현했다. 새로운 영웅을 바라는 세간의 기대치에서 다소 비켜난 ‘소박한’ 답변이다. 하지만 스스로 기대치를 낮춰 말한다는 건 그만큼 욕망의 강도가 크다는 얘기. 마음의 격랑에 휩싸인 그는 과연 황제 대관식으로 가는 퍼즐을 꿰맞출 수 있을까.
○전설을 써라…욕망과 두려움 사이
그의 욕망은 ‘전설’을 새로 쓸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맞닿아 있다. 올 시즌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잇따라 제패하며 이미 메이저 2승을 올린 그의 기세는 그야말로 절정이다. ‘디오픈 예비고사’였던 존디어클래식이 그 증거다. 101등으로 출발한 그는 사흘 만에 순위를 1등으로 바꿔놨다. 올 시즌 유일하게 PGA투어 4승 고지에 오른 그가 디오픈마저 제패한다면 타이거 우즈(40·미국)도 하지 못한 메이저 3연속 우승 기록을 먼저 작성하게 된다.
이 경우 한 시즌 네 개의 메이저를 모두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도 가능하다는 게 세계 골프 팬들의 기대다. 4대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와 US오픈, 디오픈, PGA챔피언십을 잇따라 제패하는 기적의 드라마다. 1930년 보비 존스가 당시 4대 메이저대회였던 US아마추어, US오픈, 브리티시오픈, 브리티시아마추어챔피언십을 휩쓴 게 골프 역사의 유일한 기록이다. ‘현재의 골프 황제’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가 부상으로 빠져 이런 기대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스크린골프로 코스 연습
코스 정복도 큰 숙제다. 16일부터 나흘간 대회가 열리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7297야드)는 스피스가 한 번도 실전에서 경험하지 못한 코스다. 2010년 이후 다른 코스에서 열리던 디오픈이 5년 만에 다시 올드코스로 대회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5차원 바람’으로 불릴 정도로 풍향과 풍속을 가늠하기 힘든 바닷바람, 갈퀴처럼 공을 삼켜버리는 거친 러프, 키 높이만큼 깊은 항아리 벙커 등은 올드코스를 거쳐가지 못한 선수들을 종종 ‘패닉’으로 몰아넣는 복병이다. 1978년 처음 디오픈에 출전한 베른하르트 랑거(58·독일)는 “눈에 보이는 게 덤불밖에 없었다. 이건 골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스피스가 얼마 전부터 집안에 스크린골프를 설치해놓고 올드코스를 집중적으로 연습한 것도 이 때문이다.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유러피언투어 스코티시오픈을 제패하며 ‘올드코스 예비고사’를 치른 리키 파울러(27·미국), 그린브라이어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의 단맛을 본 대니 리(25·뉴질랜드)도 경계 대상이다. 대니 리는 볼을 닦으면 안 되는 규정을 몰라 1벌타를 받는 바람에 존디어클래식에서 스피스와 연장전을 치르지 못한 만큼 설욕을 벼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이틀 동안 그와 한 조에서 경기를 하게 된 더스틴 존슨(31·미국)은 PGA투어 올 시즌 평균 비거리(319야드) 1위의 장타자다. 290야드를 갓 넘기는 76위의 스피스가 자칫 장타 경쟁에 휘말리면 걷잡을 수 없이 경기를 망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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