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심사 없이 회원 등록
문턱없는 개방형 작업공간 제공
기술·지식서비스 창업 장려
회원기업 판로 개척 등도 지원
[ 김용준 기자 ]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기 시작함에 따라 장년층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창업을 하려고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창업했을 때 성공할지 여부도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창업은 도·소매 등 생계형 업종에 몰리는 게 현실이다.
국내외 마케팅 지원
서울시 장년창업센터는 40세 이상 퇴직자들이 안정적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창업지원 프로그램’과 재능기부형 창업 멘토를 육성하는 ‘희망설계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시니어 전문 창업지원 기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서울시 장년창업센터 회원은 연간 상시 모집한다. 별도의 선발심사 없이 간단한 회원 등록만 하면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희망설계아카데미는 3월, 8월 등 연 2회 모집해 12주 동안 집중 교육을 한다. 지난 7월에는 창업을 준 舟求?장년창업기업과 청년창업기업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팀창업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협업문화를 강화하고 팀창업을 확대하기 위해 개방형 창업 공간과 각종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창업센터는 올 하반기부터 장년창업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음식점 등 생계형 창업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린 기술 및 지식서비스 창업을 장려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회원 기업 제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선전국제패션브랜드페어, 일본 도쿄선물용품박람회 참가를 통해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민간 유통업체와 연계한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우수제품박람회에 단체로 참가하는 것은 물론 개별 전시회 참가도 지원하고 있다. 회원 기업 중 역량과 의지를 갖춘 우수기업을 선발해 우수기업 전용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함으로써 이들 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후발 회원들이 ‘롤모델’을 보고 창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 장년창업센터 관계자는 “회원제 도입과 프로그램 개선 등을 통해 창업에 관심 있는 장년층이라면 누구나 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며 “센터에서 우수한 창업기업을 육성해 베이비붐 세대의 일자리 창출과 인생 2막 설계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맞춤형 멘토링 지원에 주력
장년창업센터는 하반기에도 다양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업 초보자는 ‘성공창업아카데미’를 이용하면 된다. 센터 회원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강의를 하고, 매월 회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강의 내용을 바꾼다. 교육 내용은 창업 아이템 선정, 마케팅 일반, 스케줄 관리법, 경영관리를 위한 엑셀실무, 창업자금 대출지원 활용 방안, 3D프린팅 기술접목 제품개발 방법, 벤처기업형 창업 방법, 유통판매과정 실무,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한 창업 사례, 창의적 경영을 위한 마인드 맵 활용법 등이 있다.
전문가와 함께 사업을 키워가는 ‘창업코칭’ 프로그램도 있다. 창업 아이템과 창업 형식에 따라 3개월 단위로 필요한 것을 한꺼번에 교육해주는 것이다. 코칭그룹이 아이템 선정, 창업 기초, 유통 서비스, 교육 서비스, 스마트워크, 디자인, 정부정책 지원, 벤처 창업 등에 대한 도움을 준다. 센터 내에 있는 10여개 코칭 그룹 중 회원 스스로 필요에 따라 원하는 그룹을 선택할 수도 있다.
창업과 관련해 각종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한 ‘1:1 일반 상담’도 한다. 장년창업센터 방문객 및 일반회원에 대한 창업 일반 분야 상담을 해준다. 창업닥터 두 명이 한 조가 돼 회원 가입 안내 등 단순 상담을 해준다.
창업가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1:1 전문가 상담’도 있다. 창업 이후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1:1 맞춤형 상담을 진행한다. 이 밖에 ‘희망설계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40세 이상 은퇴자를 대상으로 재능기부와 접목한 비즈니스 분야 자문 및 멘토링 전문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수료 후 ‘창업닥터’ 활동을 희망할 경우 청·장년 창업기업에 대한 자문 및 멘토링을 할 수 있다.
“1인 창조기업 재창업 날개 달아준 장년창업센터”
메봐닷컴 김윤현 대표
평소 특이하고 엉뚱한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해냈고, 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무모한 도전도 많이 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 도전하기를 여러 번. 하지만 매번 냉혹한 현실에 부딪혀 좌절감은 커져갔다. 급기야 모든 걸 포기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지내고 있던 어느 날. 번뜩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1인 창조기업으로 재창업에 나섰다.
하지만 아이디어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제품 기획, 디자인, 개발, 유통, 마케팅, 홍보 등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만 해서 여기저기 발품을 팔며 조언을 구하러 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서울시 장년창업센터를 알게 됐다. 이곳에서 체계적인 창업 관련 컨설팅과 정기적인 창업 교육을 받았다. 마케팅의 중요성도 깨닫고, 제품 개발에도 많은 도움을 얻었다.
그 결과가 ‘휴대폰에 날개를 달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뭘봐닷컴’을 창업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다기능 휴대폰 거치대인 ‘뭘봐 케이스’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방송에 소개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 장년창업센터의 지원을 받아 ‘함께 누리는 사회적 경제 장터-청계광장 행사’와 ‘덕수궁 돌담길 행사’ 등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키워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었다. 패션잡화 브랜드 ‘메봐’를 내놓은 것이다. “예뿌니~? 탐나니~? 너도 한 번 메봐~!!” “명품 스타일 핸드백의 모든 것~!! 메봐닷컴.” 이것이 메봐닷컴이 밀고 있는 슬로건이다. 초기에는 명품 스타일이 주력 상품이었지만 앞으로는 메봐닷컴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디자인 제품들을 개발해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오프라인 행사가 있는 날에는 온라인 홍보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메봐닷컴(www.메봐.com) 쇼핑몰의 방문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브랜드 네이밍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다.
현재 ‘메봐(MEBA)’는 장년창업센터의 지원을 받아 상표 및 서비스표를 출원해 놓고 있다. 한국 고유의 전통과 패션 트렌드가 조화를 이루는 메봐 브랜드만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지속해서 개발해 해외 오픈마켓과 해외 전시회를 시작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서울시 박람회 등 참가해 주얼리 공방 단골 늘렸죠”
선예원공방 선예원 대표
직장생활을 하다 마흔을 넘기며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취미로 시작한 액세서리 제작에 힘입어 수공예 액세서리 학원에서 강의도 했다. 강의하다 보니 보석을 많이 다뤘고, 보석에 대해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전문기관을 알아보던 중 OCU 보석딜러학과를 알게 됐다. ⊙?보석, 귀금속 세공, 캐드, 주얼리 마케팅까지 밤새워 공부할 정도로 재미있었고, 보석감정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2012년 부모님이 위암수술을 받으셨다. 월급으로는 부모님까지 부양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선예원 공방을 차렸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던 터라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는 등 어려움에 처했다. 한때 포기할 생각도 했다. 하지만 포기했을 때 다시는 그 어떤 것도 새로 시작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 것부터 할 것인지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한 것이 공방에서 수업만 할 게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나가 제품을 직접 팔아보자는 계획이었다. 여자 혼자 테이블 들고 길에서 물건을 판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또 내 제품을 소비자가 과연 좋아할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용기를 냈다. 국내 여러 플리마켓과 백화점 팝업스토어, 해외마켓 등 가능한 모든 행사에는 다 참여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소비자들이 ‘여기는 독특하고 예쁜 것이 많다’며 좋아하고, 공방까지 찾아와 구매할 때는 보람도 느끼고 행복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 장년창업센터를 알게 됐다. 정보도 주고, 컨설팅도 해줬다. 곧장 회원가입을 했고, 직원들과 상담도 했다. 회원들과 교류도 시작했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각종 박람회, 전시회, 사회적경제 장터까지 참여했다.
지금은 서울시장년창업센터의 많은 행사를 통해 단골 고객이 많아져 공방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앞으로 선예원 공방의 한 단계 더 큰 도약을 위해 브랜드화 작업, 디자인 개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선예원만의 세련되고 독특한 디자인, 선물 받고 싶고 선물하고 싶은 주얼리를 생산하는 선예원만의 문화를 가꿔가고 싶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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