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국 등 10개국서 동시 출간
[ 박상익 기자 ] 미국 작가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출간된 이래 세계에서 4000만부 이상 팔렸다. 국내에서도 매년 2만부 이상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독자들은 1930년대 미국 남부에서 횡행하던 인종 차별에 저항하는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에 열광했다. 지난 2월 속편이 출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독자들은 다시 한번 기대에 부풀었다.
속편인 파수꾼이 14일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세계 10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책을 번역 출간한 출판사 열린책들에 따르면 파수꾼은 내용상 후속작이지만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여진 작품이다. 하퍼 리는 1957년 파수꾼을 완성한 뒤 출판사를 찾았다. 담당 편집자는 소설에 나오는 인종주의와 관련한 내용이 인권운동으로 혼란스러웠던 당시 시대상을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했다고 판단해 작품을 새로 쓸 것을 권했다. 작품 속 주인공이자 핀치의 딸인 진 루이즈의 어린 시절을 그린 작품이 앵무새 죽이기다.
앵무새 죽이기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파수꾼 원고는 잊혀졌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원고가 발견돼 이 작품도 빛을 보게 됐다. 파수꾼은 정식 출간 전 원고 일부가 공개되면서 핀치가 인종주의자였다는 내용으로 논란을 야기했다.
어른이 돼 뉴욕에 살던 진 루이즈는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아버지가 젊은 시절 악명 높은 인종차별집단인 KKK의 회합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란다. 핀치는 딸에게 “흑인들에게 완전히 평등한 시민권이 주어지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미국 독자들 사이에선 “변해버린 영웅의 모습을 마주할 수 없다. 이 작품을 읽을 자신이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작품을 번역한 공진호 씨는 “핀치가 인종주의적 모습을 보였던 것은 맞지만 흑인을 변호하는 등 당시 사회상에 비춰보면 중도 진보에 가까운 인물”이라며 “어린 소녀의 시점으로는 아버지의 모습을 정확하게 묘사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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