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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아직도 비상상황…메르스 종식되는 날까지 전시체제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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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퇴치戰 진두지휘하는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

하루도 못 쉬고 환자 돌보는 의료진 헌신에 감동
메르스 매뉴얼 정리해 WHO에 전달할 것

메르스 사태가 시민의식 높이는 계기될 것
지역별 '시민 위기대응단' 만드는 것 고려해야



[ 이준혁/조미현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퇴치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을 만난 것은 메르스가 발병한 지 51일째인 지난 9일이었다. 하얀 의사 가운을 입고 기자를 맞은 안 원장은 “5월20일(메르스 첫 확진자가 나온 날) 이후 하루도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다. 여기는 아직 전쟁 중”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피곤해 보였지만, 눈에서 결기가 느껴졌다. 날이 서 있다고나 할까. 메르스 사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안 원장과 의료원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방역작업을 벌이는 등 여전히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12일 현재 전국에 남아 있는 20명의 메르스 확진환자 가운데 절반인 10명의 환자를 격리치료(재활환자 2명 포함) 중이다. 처음 메르스에 감염된 1번 환자도 이곳에 입원해 있다.

가장 많은 환자?돌보는 ‘중앙거점병원’이지만 병원 내 의료진 감염은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다. 얼마 전 이곳을 찾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관들도 찬사를 보냈다. 안 원장은 “메르스 치료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기록해 백서(白書)를 엮고 있다”며 “직원 모두가 감염을 두려워하지만 아직까지 이곳을 나가겠다고 말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행히 감염된 의료진이 한 명도 없습니다.

“지난해 취임한 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유행했습니다. 한국에 유입될 수도 있으니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의료원 내 위기대응단을 조직했고요. 음압병실을 강화하고 감염 폐기물을 소독해서 내보내는 시스템도 정비했습니다. 500여명 의료진은 물론 행정직원까지 방호복을 입고 벗는 훈련을 했습니다. 방호복은 한 번 입는 데만 20분이 넘게 걸려요. 힘든 작업이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전준비를 한 것이죠. 메르스 사태를 예견한 것은 아니지만 사전에 의료원의 방역 수준을 높인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동안 힘에 부친 일이 많았을 텐데요.

“메르스 환자가 나온 첫날부터 방호복, 치료장비 등 모든 것이 열악했습니다. 정말 앞이 깜깜했죠. 우리 입장에서는 환자가 얼마나 생길지 모르니까 조금 과하게 준비하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당장 방호복을 제작하는 한국3M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기를 잡고 애원했지요. 최대한 방호복을 확보해 달라고요. 그때 사장께서 ‘저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준비하겠습니다’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 듣고 울컥했습니다. 그래서 3M 전 세계 지사를 뒤져 끌어모을 수 있는 방호복은 다 끌어모았습니다. 그렇게 초기에 1개월 분량의 방호복을 준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일입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첫날부터 참고할 수 있는 매뉴얼이 없어 곤혹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모든 의료진에 기록이 생명이라고 강조하고 매뉴얼을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200페이지가 넘는 매뉴얼을 제작했습니다. 지금은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매뉴얼을 영어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도 전달할 생각입니다.”

▷아직도 비상상황이지요.

“여기가 뚫리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최후 방어선이지요. 의료원은 메르스가 종식되는 곳입니다. 여기서 끝이 납니다. 매일 아침 회의 때마다 구호를 외치죠. ‘메르스 종식 그날까지 파이팅~’ ‘방심은 금물’ ‘힘내서 일합시다’라고. 며칠 전에는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과 간담회를 했는데, 서로 지켜주자고 했습니다. 간호사들에게 휴직할 사람은 하라고 했는데, 한 명이 휴직하려고 했다가 집에서 부모님이 ‘의료원이 아니면 환자들 갈 곳이 어디 있느냐’고 했대요. 그래서 그 직원도 다시 출근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매일 매일이 감동입니다.”

▷잘못된 메르스 정보 확산으로 불안이 증폭됐다고 합니다.

“대규모 휴교령 같은 것은 확실히 과민반?측면이 있어요. 처음에 메르스 환자가 많이 나온 평택 같은 곳은 이해가 됩니다만, 전국적으로 너무 과도하게 대응하면 안 됩니다. 과도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면 사회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동시다발적으로 퍼지는 감염질환일수록 냉철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국가 방역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나눠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요.

“장기적으로는 보건부와 복지부로 나눠야 한다고 봅니다. ‘보건’ 하면 공공보건만 한정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국민의 건강이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시대가 됐기 때문에 보건 분야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부처를 나눈다고 방역 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기관이 자율적이면서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좋은 거버넌스’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우선 전문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끝장토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대안을 도출하는 자리가 필요한 거죠. 치열한 고민 없이 조직 하나 세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메르스 대응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아쉬웠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오히려 메르스 사태가 시민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위기대응단을 꾸리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응급상황이나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솔선수범해서 위기에 대응하는 자발적 시민대응단이 동네마다 있다면 재난에 더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지금 자원봉사 형식으로 운영하는 지역별 자율방범대처럼 위기대응단을 자발적으로 꾸리면 아주 유용할 텐데요.”

▷일부에선 간병이나 문병 문화, 다인병실의 변화를 촉구하는데요.

“외국은 개인의 사생활이 중요하므로 거의 1인실 중심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건강보험 체계 때문에 무작정 1인실을 늘릴 수 없습니다. 의료수가를 감당할 수가 없어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4인실을 늘리면서 침상의 공간적 거리를 좀 더 둔다든가 하는 개선책은 당장 시행이 가능할 걸로 봅니다. 간병 문화도 바꾸어야 합니다. 전문간호사가 간병을 전담하고, 문병은 정해진 시간에 하도록 시스템을 바꿀 때가 됐어요.”

▷의료진의 피로가 상당할 것 같습니다.

“하루도 쉬지 못한 의사가 대부분입니다. (하루에) 3~4시간 쪽잠을 자면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어요. 이런 희생과 노력을 국민도 알고 있어요. 저희에게 보내주신 편지가 벌써 수천통입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손글씨로 편지를 보내왔어요. 편지뿐이 아니에요. 의료원 앞에 떡을 놔두고 가신 분도 있고요. 속옷을 보내주신 분도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부실한 의료체계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하지만, 이런 것도 있습니다. 힘들지만 감사한 것도 많아요. 국민이 무작정 비판만 하지는 않아요. 힘내라고 이렇게….”(잠시 말을 끊은 안 원장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메르스 종식 시점을 언제로 보나요.

“진정세에 들어섰지만 메르스 감염환자는 앞으로도 평상시에 한두 명씩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WHO는 잠복기 14일의 두 배인 28일 동안 환자가 나오지 않으면 종식된다고 하죠. 지금 완전히 종식됐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러워요. 아마도 이번 추석에는 더 이상 메르스 뉴스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메르스 사태의 최전선에 있는데, 가장 아쉬웠던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초기 대응이죠. 그리고 일반인이 메르스를 너무 몰랐다는 것.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가 우리한테 올 줄 몰랐던 거죠. 대비를 선제적으로 해야 했는데…. 적어도 하루에 (중동지역과) 700명이 교류를 한다면, 그 사람들은 메르스를 알고 대비하도록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경험한 것을 교훈 삼아 인류 발전에 쓸 수 있도록 이제라도 노력해야 합니다. 메르스 확진자에 대한 임상 경험과 과학적 근거를 분석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가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명옥 원장은…

주변에서는 ‘안명옥만큼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가는 곳마다 새로운 길을 냈다. 1986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차병원에 남편과 함께 분만하는 ‘라마즈 분만법’을 도입했다. 2000년 ‘소녀들의 산부인과’를 세워 소녀들이 초경을 시작할 때, 엄마에게 말하지 못하는 부분을 산부인과 주치의와 의논할 수 있도록 했다.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시절, 입법으로 ‘임산부의 날’(10월10일)을 제정杉? 저출산사회대책기본법, 노인장기요양법, 자살예방법 등 법안 143건을 발의해 52건을 통과시켰다. 2006년 국회의장이 시상하는 최우수 국회의원에 뽑혔고, 헌정 60년 사상 의정활동 1위 국회의원으로 평가받았다.

△1954년 인천 출생 △인일여고,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미국 UCLA 보건학 박사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차병원·차의과학대학 산부인과 과장 △17대 국회의원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 △모자보건학회 이사장(1996년~현재) △국립중앙의료원장(2014년~현재)

이준혁/조미현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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