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동욱 기자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대해 찬반을 결정했다는 소식에 대부분 연금 전문가들은 “기존 관행을 뒤집은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통상 찬반 결정이 어려운 경우 민간 자문위원회에 넘기는 것이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안을 두고도 내부에서는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결단을 내린 사람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다. 홍 본부장은 평소에도 “투자를 집행한 운용역들이 책임감을 갖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수십, 수백조원의 자산이 달려 있는 만큼 중요한 결정은 국민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 직장인 하나금융에 재직할 당시에도 강한 추진력과 과감한 결정으로 ‘홍빠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하나은행 창립 멤버인 윤병철 전 하나은행장이 가장 좋아한 후배로 꼽힌다. 그도 이번 결정을 앞두고 여러 날 밤잠을 설쳤다는 전언이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홍 본부장의 이런 결단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이사장은 “국내 대기업의 장기 경영 전략을 뒤흔들 수 있는 헤지펀드에 국민연금이 협조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왔다. 최 이사장은 국민연금공단의 최고경영자(CEO)지만 개별 투자와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투자위원회 멤버는 아니다.
투자위원회가 찬반을 결론짓겠다는 최종 결정은 이날 오전 확정됐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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