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에 인문학 강의·분노조절 치료·직업훈련 체험…
300시간 집중인성교육
시범교육 6곳 출소한 235명 재복역률 11.6%→1.7% '뚝'
사람 바꾸는 교정으로
"출소 뒤 새 삶 찾는데 큰 도움" 교육 만족도 높아…전국 확대
[ 양병훈 기자 ] 인문학, 가족·대인관계 회복, 분노조절, 긍정심리학, 예술치유….
대전교도소가 수형자 34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진행한 교육 내용이다. 대전교도소는 이들에게 300시간의 집중인성교육을 한 뒤 9일 수료식을 열었다. 살인죄로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이모씨(45)도 이날 수료식에 참석했다. 이씨는 “유능한 교수에게 수업을 들은 것은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이라며 “특히 분노조절 프로그램이 순간적인 화를 다스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민현기 대전교도소장 직무대리는 “수형자의 심성을 변화시켜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교도소 수형자를 대상으로 하는 집중인성교육이 재범률을 크게 낮추는 것 막?나타났다. 법무부가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국 6개 교도소에서 집중인성교육을 시범실시한 결과 교육 수료 뒤 출소한 235명의 재복역률은 1.7%(지난달 말 기준)였다. 2013년 전체 수형자의 재복역률(11.6%)과 큰 차이가 난다. 재복역률은 출소 뒤 1년 이내에 실형이 확정돼 복역한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규율 위반으로 경고 이상을 받은 사람을 뜻하는 징벌집행비율도 31%(지난해 전체 수형자 기준)에서 12.2%(교육 수료자 649명 기준)로 떨어졌다. 법무부는 시범실시 후 지난 2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전국 교도소에서 전면 시행하고 있다.
집중인성교육은 수형자의 잔여 형기에 따라 35~300시간 동안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인성교육을 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가두는 교정’에서 ‘사람을 바꾸는 교정’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취지다. 내용은 헌법가치 인문학부터 동기부여 긍정심리 분노조절 등 심리치료, 아버지학교 등 가족·대인관계 회복, 직업훈련체험 등 복합적이다. 종전에도 인성교육을 했지만 3년마다 15시간씩만 이뤄졌고 내용도 단순해 집중인성교육과는 차이가 난다.
시범실시 결과 수료자의 교육 만족도는 71%에 달했다. 서울남부교도소에서 교육을 받은 뒤 지난 5월 출소한 이모씨(51)는 최근 교도소에 편지를 보냈다. 이씨는 편지에서 “출소 뒤 삶의 자세가 적극적으로 변했다. 전에는 생각만 했을 고마운 마음을 편지로 전달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교육 담당자들이 진심으로 수형자가 잘되기를 바랐고 그 마음이 메아리로 전달됐다”고 했다.
집중인성교육은 대부분 외부강사의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아주대 병원 김모 간호사는 휴가 때 집중인성교육 강의를 한다. 미주노선을 운항하는 대한항공 이모 기장, 하체가 마비됐지만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잃지 않는 지모씨 등도 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이날 취임식에서 “사람을 바꾸는 교정교화 등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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