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투자진흥회의 - 벤처투자 활성화
투자금 회수 길 넓혀 벤처 생태계 '선순환'
스타트업 초기단계 엔젤투자도 소득공제
[ 조진형 / 김주완 기자 ]
정부가 9일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벤처·창업 붐 확산 대책을 마련한 것은 창업 열기는 높지만 상당수 벤처기업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데스밸리)’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창업 5년 후 10곳 중 7곳은 자금이나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 채 문을 닫고 있다. 한 해 8만여개 기업이 창업하지만 벤처기업 수는 3만개 정도에 정체돼 있는 이유다. 이번 대책은 데스밸리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자금과 인력 역량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대기업 규제 푼다
우선 벤처 인수합병(M&A)시장을 확 키우기로 했다. 국내에서 M&A 방식으로 벤처투자 자금을 회수한 비중은 전체의 2.1%에 불과하다.
정부는 대기업이 나서야 벤처 M&A를 촉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규제를 풀기로 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은 중소·벤처기업을 인수할 경우 계열 편입을 7년간 유예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는 3년만 유예해준다. 대기업의 채무보증 규제 등 계열사 관리 부담을 덜어주고, ‘문어발 확장’ 비난 우려를 비켜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다만 인수된 벤처기업이 원래 받던 중소기업 혜택은 7년이 아니라 종전대로 3년까지만 인정해주기로 했다.
대기업이 제값 주고 벤처를 인수하기보단 핵심 기술인력을 빼가는 관행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불공정행위심사지침에서 관련 문구를 현행 사업활동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경우를 ‘상당히’ 곤란하게 하는 경우로 개정해 위법성 판단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법위반 금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기술유용에 대해선 5억원 수준의 정액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세제혜택은 제대로
실효성이 없었던 세제 혜택도 현실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도입한 기술혁신형 M&A 세제지원 요건은 확 낮춘다. 현재는 지분 50% 이상 인수할 때만 적용되지만 상장사의 경우엔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30% 이상 인수한 때도 세제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또 인수가가 순자산가치보다 30% 이상만 높아도 그 차이의 10%만큼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현재는 순자산가치보다 50% 이상 프리미엄을 주고 M&A 했을 때만 혜택을 주기 때문에 지난해 한 곳도 혜택을 받지 못했다.
엔젤투자 소득공제 대상도 현행 ‘벤처기업’에 ‘연구개발(R&D) 지출 3000만원 이상인 창업 3년 이내 기업’이 더해진다. 엔젤투자자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경우엔 소득공제 혜택을 받지 못해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
정책자금 의존도가 높은 벤처캐피털 생태계도 싹 바꾼다. 모태펀드가 출자하지 않더라도 벤처투자조합(KVF)을 결성할 수 있도록 했다. 신기술금융사의 창업투자회사 설립도 허용한다. 현재는 창업투자회사만 설립이 가능하다. 창업·벤처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PEF)에는 창투조합에 주어지는 양도세 증권거래세 면제 등과 같은 세제 혜택도 주기로 했다.
스톡옵션 세금 20% 할인
정부는 우수 인재를 벤처업계에 더욱 유치하기 위해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세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지금은 벤처기업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적격 방식과 비적격 방식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적격 방식은 최고 세율이 근로소득세(세율 6~38%)보다 낮은 양도소득세(10%)를 택해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하지만 적격 방식은 연간 행사가액 1억원 한도에서만 적용이 가능하다. 벤처업계에선 이 한도를 높여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그 대신 근소세로 과세되는 비적격 스톡옵션의 행사 이익을 시가보다 20% 늘려주기로 했다. 예컨대 지금은 스톡옵션으로 10억원의 차익이 발생하면 앞으로는 12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 다만 근소세는 그대로 매긴다.
정부는 또 국적에 상관없이 해외에서 이공계 석·박사 학위를 받은 우수 인력이 국내에서 창업하면 창업 장려금, 주택특별공급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성화고와 전문대 과정을 통합한 고등전문대 출신에게는 산업기능요원을 허용해 해당 인력을 벤처업계로 유도할 계획이다.
조진형/김주완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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