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대로 주저앉아, 이대로 위기 맞을 것인가
한국은행마저 올 예상 경제성장률을 3.1%에서 2.8%로 낮췄다. 당초 1.0%로 예상했던 2분기 성장률이 메르스·가뭄 피해 등으로 0.4%밖에 안 됐을 것이란 점을 감안했다고 한다. 지난달 정부가 올 목표 성장률을 3.5%에서 3.1%로 내렸지만, 한은은 거기에조차 미치지 않는다. 정부가 추진 중인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 효과까지 고려했다는 것이 고작 이 정도다. 민간연구소들은 진작에 예상 성장률을 2%대 중후반으로 떨어뜨렸다. 저성장이 기정사실화돼 간다.
글로벌 경제는 예측불허다. 그리스 사태, 중국 증시 폭락 등 메가톤급 변수들이다.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간 그리스 사태는 오는 12일 EU 28개국 정상회의까지 시간을 벌었을 뿐, 어디까지 번질지 예상도 안 된다. IMF에 이어 미국이 독일 등을 향해 그리스 부채를 삭감해주라고 요청하고 있는 반면, EU 내부에선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 시나리오까지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그리스 정부는 부채탕감을 요구하며 갈수록 정치적 도박에 매달리고 있다.
중국 증시도 아슬아슬하다. 중국 정부의 연속적인 강력한 부양책에 힘입어 어제는 상하이증시가 가까스로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지난달 12일 연중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불과 3주 사이에 30% 넘게 추락하면서 무려 3조달러 안팎의 시가 耭戮?날아갔다. 이는 작년 그리스 GDP의 10배가 넘는다. 아직 불씨가 꺼진 게 아니다. 중국 증시의 급락이 단순히 기술적 문제 때문이 아니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 경제에 ‘거품’이 터지는 것 이상의 무언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심상치 않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예고했던 올 9월 기준금리 인상을 내년으로 미룰 것이란 관측이 무성한 것도 그래서다. IMF는 금리인상을 내년으로 연기할 것을 거듭 권유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다시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격변기를 맞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2017년 위기가 또 올 것이란 소리가 들리는 상황이다. 지금은 그 전주곡일 수 있다. 어제 한국재계를 대표하는 30대 그룹 사장단이 경제난 극복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에서도 위기의식이 읽힌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들이 투자도 하고 내수 진작도 할 테니 정부와 국회가 제발 투자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호소였다. 그렇지만 정부와 국회는 위기의식도, 대비도 없다. 기껏 추경을 놓고 공방이나 벌인다. 추경이 이뤄져도 성장률을 0.3%포인트 올리는 효과밖에 없다. 마침 정부가 어제 대통령 앞에서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와 수출을 만들어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가 규제에 묶여 안 되는 판이다. 어디에서 이런 수치를 꺼내왔는지 알 수 없다. ‘구름잡기식 숫자잔치’는 안 된다.
3% 성장도 못하는 지경인데 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해괴한 목소리만 커져간다. 국회도 정부도 초록동색이다. 강력한 회복세인 일본 ?부럽다며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한다. 글로벌 경제에 위기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데 정부는 국회를 탓하고, 국회는 또 정부를 탓하고 있다. 거대한 위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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