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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메르켈'과 '유럽의 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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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OMPASS뉴스] 그리스 국민투표 등으로 유로존 위기가 격화되는 것은 그리스 부채문제의 주도권을 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모순적인 입장 때문이라고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지적했다.
▲ 그리스 국민투표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오락가락 정치의 산물이라고 비판한 <슈피겔> 표지 <출처=DER SPIEGEL 온라인>
<슈피겔>은 지난 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앙겔라의 잿더미, 메르켈은 어떻게 유럽과 그리스를 실패시켰나'라는 제목의 탐사기사에서 메르켈이 유럽통합에 대한 모순적인 두 입장에서 오락가락하면서 그리스 부채 문제에 대처한 결과, 그리스의 국민투표 강행과 유로존 위기를 격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메르켈은 유럽통합과 관련해, 시장근본주의적인 접근을 하는 '숫자의 메르켈'과 유럽통합의 정치적 이상추구에 매달리는 '유럽의 메르켈'이라는 상호 모순적인 입장에서 왔다갔다하면서 그리스 부채문제에 대처했다는 것이다. 메르켈은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처방을 가지고 국내의 재정적자를 해결한 경험을 그리스 부채문제에 그대로 적용하면? 유럽통합의 정치적 이상에도 매달리는 분열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슈피겔>은 지적했다. 그리스 국민투표의 강행으로 유로존 위기가 깊어진 것은 결국 그리스뿐만 아니라 이 문제 대처의 주역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독일 정부에게도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스 위기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이 기사를 요약한다.
▲ "나는 이 문제를 놓고 분열되어 있다" 라고 말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 위기를 불러온 과정을 심층 취재한 내용이 7월4일자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에 실렸다. <출처=DER SPIEGEL 온라인>
…그리스 위기는 지도력과 계획을 요구했으나, 메르켈은 두가지 모두를 보이는데 주저했다. 그녀는 힘을 선호했지만, 밀어붙여야 할 때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유럽 정책이 산산조각난 것에 직면했다. 어떻게 일이 이 지경까지 온 것인가? 메르켈의 정책들을 이해하려면, 시계를 2003년으로 되돌려야 한다. 그녀는 3년째 당 총재였고, 기민련의 새로운 의제를 작성하는 와중이었다. 독일에는 450만명의 실업자가 있었고, 사회복지 금고는 비었으며, 고용주들은 과도하게 높은 세금부담을 불평하고 있었다. 독일은 현재의 그리스만큼이나 상태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구조조정은 급박하게 필요했고 메르켈은 독일을 위한 엄격한 개혁 프로그램을 처방하기 시작했다. 맥킨지 경영컨설팅 회사는 그녀에게 엄격한 긴축 메시지를 뒷받침해줄 숫자들을 제공했다. 맥킨지는 불편한 진실을 제공하는데 전문이었고, 비용을 절감하고 종업원들을 해고할 필요가 있는 회사들에게 통상적으로 고용된다. 경영자들이 이 컨설턴트들의 분석 뒤에 숨는 것은 편리한 일이었다. 그게 바로 맥킨지의 원칙이었다. 메르켈은 이 원칙을 정치에 적용했다. 유로 위기가 2010년에 분출하자, 그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 구조조정에 개입할 것을 확신했다. 그녀는 자신의 재무장관이 볼프강 쇼이블레의 뜻과는 달리 통화기금을 개입시키게 했다. 쇼이블레는 유럽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믿었다. 어느 의미에서 통화기금은 국제정치의 맥킨지였다. 통화기금은 어떤 나라가 금융위기에 직면해도, 개혁실행에 동의하기만 한다면 돈을 빌려줬다. 이 아이디어는 처음에는 이치에 맞았다. 유럽이 위기로 빠져든 한 이유는 유럽 대륙이 통합의 환희 속에서 숫자에 대해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헬무트 콜 전 총리는 유로를 도입했으나,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에만 과도한 감정을 쏟았고, 경제적 현실에 대해서는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통화기금을 개입시키는 목적은 이 방정식에 숫자를 다시 도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맥킨지의 원칙은 메르켈의 권력 추구와 갈등했다. 그녀의 보좌진들은 메르켈 총리를 유럽의 지침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유럽의 여왕으로 그리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몇달동안, 그녀는 통화기금 전문가들 즉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표현한 대로 '테크노크라트'들의 충고와 권고 뒤에 숨어있는 한 여인이었을뿐이다. …메르켈의 진짜 실패는 자신의 생각하는 방식을 단호하게 고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으로 구성된 국제채권단) 뒤에 숨었다. 왜냐하면, 그리스 사람들에게 쓰디쓴 진리를 전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치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맥킨지의 원칙을 추종했다. 그렇게 치프라스의 요구가 점점 더 급박해지자, 그녀는 그의 논리에 머리를 숙였다. 그녀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모토를 채택했다. 이 말은 독일에서는 선의의 표시, 즉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있겠다는 바람에 대한 표시로 해석됐다. 그러나 치프라스는 이를 전혀 다르게 해석했다. …지난 6월29일 메르켈은 총리실 로비 앞에 서서 자신의 유럽 정책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한 문장을 중얼거렸다. 그녀는 그리스 국민투표가 유로에 대한 거부와 마찬가지냐는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예스냐, 노냐라고 말하는 대신에 그녀는 "나는 아주 공개적으로 말할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놓고 분열되어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 대한 그녀의 입장은 명확치가 않다. 한편에는 숫자의 메르켈이 있다. …전형적인 메르켈의 삼단논법은 다음과 같다. 유럽은 세계 인구의 7%를 차지하면서 세계 경제생산의 25%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사회복지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고등학교 졸업장조차 필요하지 않다. 또 한편으로 그녀는 몇년동안 유럽에 대해 차가운 경제적 시선만 던지면 좋은 인상을 주지않는다는 것을 알게됐다. 치프라스가 그녀를 악당, 즉 긴축을 휘두르는 매저키스트 독일 여인으로 묘사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항상 부채의 할부상환과 이자율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그녀는 유럽 통합을 누구보다도 강력히 밀어붙이면서 돈에만 전적으로 초점을 맞추지 않는 정당의 당수였다. 그녀는 그런 전통을 단순히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2012년께 메르켈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추진하는데 근접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멈추었다. 그녀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이 2008년에 초래했던 것과 비슷한 효과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 때 이후로 메르켈은 오락가락했다. 때론 숫자의 메르켈이었다가 때론 유럽의 메르켈이기도 했다. 숫자의 메르켈은 그렉시트를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봤다. 그러나 유럽의 메르켈은 만약 자신이 그리스를 몰락하게 내버려 둔다면 유럽의 묘지를 파는 사람으로 보여질 것을 우려했다. 양쪽 모두에게 온당한 논리가 있었으나 메르켈은 결단하지 못했다. 그녀는 사태를 내버려뒀다. 유로 위기는 메르켈에게 새로운 차원의 권력을 열어줬다. 2010년 이후로 브뤼셀에서 끝없는 일련의 위기 정상회의가 있었고, 독일 총리는 언제나 주목의 중심에 있었다. 그녀는 가장 큰 군자금 위에 앉아있었고, 이는 그녀에게 큰 영향력을 줬다. 메르켈은 유럽의 여왕으로서의 역할을 즐겼다. …그녀는 게르하라트 슈뢰더처럼 목소리가 크지 않았고, 헬무트 콜처럼 강압적이지 않았다. 대신에 그녀는 어떤 독일 총리도 전에 하지 못했던 것을 했다. 그녀는 예산 규율, 노동시장 개혁, 민영화를 전도하는 교육적 제국주의 정책을 쫓아갔다. 이는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에서는 통했다. 그러나 그리스에서는 채권단이 부과한 조건들을 필요한 처방이 아니라 사회를 파괴하는 독약으로 여겼다. 메르켈은 무엇이 일어나는지 봤으나, 그 결과를 직면할 용기가 없었다. …그녀는 그리스에게 유로존을 나갈 안전하고 안정적인 길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는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몇년 동안 국내에서 지지하던 조치들이었다. 그녀는 그리스에게 부채경감을 제공할 수도 있었다. 만약 그녀가 이를 적절한 시점에 했다면, 그녀는 적어도 그리스 정치의 급진화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선택들 중 리스크가 없는 것은 없었다. 이 모두는 용기와 자금이 필요하고, 메르켈에게는 공격의 여지를 줄 수 있었다. 바로 그 점이 그녀가 원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트로이카, 증오받는 테크노크라트 뒤에 숨었고 이는 시리자(그리스 급진좌파연합) 부상을 가속화했다. 사실 치프라스는 어느 정도는 메르켈의 오락가락하는 지도력의 한 산물이다. …오는 11월22일 이면, 메르켈은 재임 10년이 된다. … 콘라드 아데나워는 서방에서 독일의 지위를 굳혔다. 빌리 브란트는 민주주의로 독일인들을 순화했다. 헬무크 콜은 통일의 총리이다. …메르켈은 첫 여성 총리이다. 이는 작은 일이 아니다. 상징적으로 중요하다. 그녀를 잘 아는 사람들은 메르켈이 다음 총선에서 다시 출마할 결심을 굳혔다고 말한다. 유럽 때문이다. 그려는 자신의 힘을 유럽 대륙을 다시 만드는데 쓰기를 원한다. 만약 유로존이 와해되면, 그녀의 총리 재임에 영원히 그늘을 드리울 것이다. 그녀는 실패한 정부의 수반으로 여겨질 것이다. …지난 6월26일 메르켈은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리스 위기가 의제에 있었으나, 또 다른 토론 의제들도 있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유럽에 새로운 목표를 부여하는 보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그는 유럽연합 집행위에게 예산감시 등 더 큰 권력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융커는 혁명을 하거나 유럽 단일정부의 초석을 놓으려거나 유럽의 각 민족국가들을 제거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이는 유로 위기에서 도출하려는 실용적인 결론들이었다. 그러나 메르켈은 이를 원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그녀는 모든 것을 말했으나, 융커의 제안에 대해서는 "주목하겠다"는 한마디만 했다. 이는 사실 "무시해 버리라"는 의미였다. 메르켈은 각 민족국가로 이뤄진 유럽을 원하지, 깊숙히 통합된 유럽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메르켈은 이를 공공연히 말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기민련의 창당 이념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콜처럼 말하나, 콜이 추구하는 것과는 선을 긋는다. 그 뒤에 남는 것은 그 대륙에서 가장 힘이 센 여인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것을 모르는 혼란스런 유럽이다.

한경닷컴 한경닷컴 정책뉴스팀 기자 QOMPAS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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