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국제부 기자) 매너하면 생각나는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과 영국이지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의를 갖추는 민족성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주장이 나왔습니다. 똑같이 매너가 좋은 일본인과 영국인이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죠. 일본에서 활발하게 라디오 DJ로 활동하고 있는 피터 바라칸씨. 1951년생인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이주한 뒤 40년 이상 일본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일본인을 일본인보다 더 잘 아는 외국인’이라고 부릅니다.
라디오 DJ를 하면서 일본 사회 문제부터 음악까지 폭넓은 논평과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일본인과 영국인의 매너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일단 영국인에게 매너는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취한 자발적인 행동입니다. 영국은 개인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 역시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존중을 받기 위해 주위에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일본인의 매너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그의 분석입니다. 일본인은 사업 현장에서도, 공공장소에서도 세계적으로 ‘매너 우등생’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정중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도 뛰어납니다. 특히 섬세한 배려도 유명하죠.
그러나 사업 현장이나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벗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해방감과 함께 매너를 완전히 잊기 일쑤라는 것이죠. 사업 현장에서만 해도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하고 정중한 말투를 썼지만, 사업 현장에서 벗어나면 자유분방하게 행동한다는 겁니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사업하는 사람이 정장을 입고 길에서 만취한 모습을 상상할 수 없지만 일본에서는 종종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많은 외국인들이 일본에 방문해 일본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받고 싶은 대로만 상대방에게 해주면 진정한 ‘매너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신이 건물로 들어선 뒤 뒷사람을 위해 잠시 문을 잡고 있는 식의 간단한 것부터 말이죠. 사소한 일이지만 작은 일에도 ‘감사합니다’ ‘양해 부탁드려요’라고 얘기하는 것도 그 사람의 인상을 크게 좌우한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우리도 새겨들을 만한 얘기인 듯 합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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