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삼성물산 공격했던 헤르메스, 이번엔 뭘 노리나
'투자 목적'으로 깜짝 공시…엘리엇 맡은 넥서스가 자문
증권가 "저평가된 삼성정밀화학 시세차익 노렸을 수도"
삼성 "경영권 걱정할 상황 아니지만 찜찜한 것은 사실"
[ 임도원 / 김태호 / 송종현 기자 ] ▶마켓인사이트 7월3일 오후 5시15분
영국계 헤지펀드인 헤르메스가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5.02%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4년 삼성물산을 공격했던 헤지펀드가 이번엔 삼성의 다른 계열사를 겨냥한 것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이어 국내 기업에 대한 글로벌 헤지펀드의 공격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헤르메스는 3일 한국 법무법인인 넥서스를 통해 삼성정밀화학 주식 129만5364주(지분율 5.02%)를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공시 등에 따르면 헤르메스는 다섯 개 계열 펀드를 통해 작년 말까지 2.9%, 지난달 25일까지 4.97%를 보유하고 있다가 같은달 26일 0.05%를 추가로 장내에서 매수했다.
삼성정밀화 隙?지난 3월 말 현재 최대주주인 계열사 삼성SDI(14.65%)를 비롯해 삼성전자(8.39%) 삼성물산(5.59%) 호텔신라(2.24%) 삼성전기(0.3%) 등 특수관계인이 31.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당장 경영권을 공격받을 상황은 아니지만 엘리엇의 자문에 응하는 넥서스가 국내 대리를 맡았다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다.
넥서스의 전신 격인 법무법인 우일아이비씨는 2004년 삼성물산과 헤르메스 분쟁에서도 헤르메스 측을 지원했다. 헤르메스는 2004년 3월 삼성물산 지분 5%를 확보한 뒤 8개월 만에 3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금융당국은 헤르메스에 주가조작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고발했으나 헤르메스는 2008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헤르메스는 영국 최대 연기금인 브리티시텔레콤연금의 자회사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300억파운드(약 52조원)의 자산을 주식·채권·부동산·인프라 등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5월8일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뒤 줄곧 하락세를 기록해왔다. 3일 주가는 3만6000원이다. 최악의 업황을 기록했던 2011~2013년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 1.1배를 적용해도 적정 주가는 5만2000원이라는 증권사 리포트도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헤르메스가 삼성정밀화학의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보고 단순히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과거 비료를 생산하던 삼성정밀화학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반도체 현상액, 레이저프린터 토너 등이 주력 제품이다. 시멘트 물성 향상제는 건설업을 하는 삼성물산에,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배터리 양극활물질은 삼성SDI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의 주요 주주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인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향후 헤르메스가 어떤 요구를 해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와중이어서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헤르메스가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5%로 늘렸다는 사실은 공시를 보고 알았다”며 “헤르메스-넥서스의 조합에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도원/김태호/송종현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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