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터미네이터 모습으로
감독 요구로 체중 4㎏가량 늘려
[ 유재혁 기자 ]
“이번 터미네이터 역을 제안받은 지 2년 만에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창조적인 플롯에다 서스펜스(긴장)가 넘쳤습니다. 놀라운 감정들이 살아 있고 뛰어난 반전과 액션도 있었죠. 스토리가 정말 좋았어요.”
2일 국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제니시스’를 홍보하기 위해 내한한 아널드 슈워제네거(사진)는 이날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1984년 첫 편 이후 이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인 이번 영화는 2029년 존 코너가 이끄는 인간 저항군과 전쟁하던 로봇 군단 스카이넷이 코너가 태어나지 못하도록 그의 어머니(사라 코너)를 없애기 위해 터미네이터를 1984년으로 보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슈워제너거는 로봇 피부도 인간의 생체조직처럼 노화한다는 설정에 따라 늙은 터미네이터로 등장한다.
“이번 터미네이터는 사라의 아버지 같은 보호자 역할이어서 새롭습니다. 젊은 악역 터미네이터로도 잠시 등장하는 등 선과 악의 두 가지 배역을 해낸 것도 새롭고요.”
1982년 판타지 영화 ‘코난’으로 얼굴을 알린 뒤 2년 뒤 ‘터미네이터’ 출연을 제안받은 그는 “당시 스타가 되려면 영웅 역할을 맡아야 했지만 각본을 보니 악역인데도 너무 좋았다”며 “기계이면서도 인간적인 요소가 있어 흥미로운 캐릭터였다”고 회고했다. 터미네이터의 흥행 성공은 그의 배우 경력에서 전환점이 됐다.
그는 나이가 들었지만 액션 연기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날마다 밥 먹듯 운동하기 때문이란다. 전날도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에서 옷을 갈아입고 운동부터 했다고 한다. 그는 “액션 연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이번 배역을 위해 특별히 운동량을 두 배로 늘렸다”며 “감독이 1984년 첫 출연 당시 터미네이터와 몸 크기가 동일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바람에 체중을 8~10파운드(3.6~4.5㎏) 늘려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내는 등 정치인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배우는 관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한다는 게 공통점”이라며 “보디빌더로 시작해 배우와 정치인까지 해본 내 인생을 누구와도 바꾸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에밀리아 클라크(사라 역)는 슈웨제네거와 함께 악역 터미네이터로 나온 이병헌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는 “이병헌의 몸놀림은 특수효과를 안 써도 될 만큼 민첩했다”며 “그의 연기도 진짜인지 헷갈릴 정도로 뛰어났다”고 칭찬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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