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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버거운 선물, 정년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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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주유소에선 수년 전까지 일자리를 놓고 60대와 20대가 세대 갈등을 벌였다. 성실한 60대들이 결국 승리를 거뒀다. 50대 여성들의 취업률도 최근 급격히 높아졌다. 아이를 키워놓은 주부들이 콜센터와 판매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한 달 100만원을 목표로 뛰는, 눈물겨운 생존 전쟁의 현장이다.

이들이 일하는 곳이 소위 비정규직이요, 기간제 근로요, 아르바이트다. 대부분 최저임금 선상 혹은 미만에서 일한다. 묘한 것은 이런 노동시장은 철저히 시장경제 원리, 즉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여기선 노동 공급이 넘쳐 대부분 생활임금 이하밖에 못 받는다. 그런 사정은 취업한 이들도 잘 알고 있다.

청년 일자리 수년치 날린 셈

이런 저임근로자의 대척점에 있는 집단이 바로 대기업·공기업 근로자들이다. 소위 정규직이다. 이런 회사에 들어가면 정년까지 쫓겨날 일이 없고, 임금이 깎이는 경우도 거의 없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별로 적용되지 않는다. 강한 노동조합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노조가 사측을 압박해가며 생산성 향상과 상관없이 임금을 올려왔다. 이 시장에 진입한 것 자체가 竪黎퓽繭?양보도 없다. 노총, 민노총을 합해 봐야 노조 조직률이 10%가 채 못되지만 이들이 대한민국 노동계를 좌우한다.

이런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가 오히려 더욱 공고해지게 됐다. 바로 정년 연장 때문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선 내년부터, 나머지는 후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

원래 내년에 퇴직해야 할 사람들이 연장 혜택을 받게 되면 최소 2년, 많게는 7년까지 더 일할 수 있게 된다. 회사로서는 큰일이다. 정년 선상에 있는 근로자들의 임금이 초임에 비해 2~3배 높은 현실에서 고령 근로자를 수년간 더 끌어안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당연히 연장 혜택 대신 임금 삭감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정년 연장은 법제화하며 생색을 냈지만, 기업이 카드로 사용해야 할 임금피크제는 의무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 없인 갈등 불가피

나라 전체로 볼 때 정년 연장은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엄청난 충격이다. 평균 30년씩 근속한다면 매년 30분의 1이 나가고 그만큼 충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앞으로 수년간 그 수요가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엊그제 청년 단체들이 ‘아버지 삼촌, 임금피크제로 일자리 나눠주세요’라고 호소한 것은 앞으로 벌어질 세대 갈등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청년들은 퇴직자 한 명당 신입사원 세 명을 뽑을 수 있는 데 정부가 왜 신입사원 수요를 막아버렸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정년 연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공약집에 보면 ‘임금피크제와 연계하여 실제 정년을 60세로 연장’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결국 ‘임금피크제와 연계하여’라는 핵심 조戮?국회와 정부가 제대로 관철시키지 못해 벌어진 사달이다.

임금피크제가 유일한 대안이다. 30대 그룹 계열사 47%가 이미 도입했다지만 정작 큰 사업장에선 노조가 반대해 논의도 어려운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청년 일자리 몇 년치를 날려 버린 이 책임은 선배 세대 모두의 것이란 사실이다. 노·사·정 모두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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