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kph21c@hankyung.com
[ 김보형 기자 ] “3.3㎡당 929만원이라던 분양가가 887만원으로 떨어지고 또다시 859만원으로 내리는 것을 보니 아파트 분양가를 믿을 수가 없네요.” 충북 청주시에 사는 세입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뉴스를 통해 청주의 한 아파트 분양가 결정 과정을 알게 된 뒤 “분양가를 믿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 아파트를 짓는 건설회사는 지난달 초 청주시에 3.3㎡당 분양가를 929만원으로 책정하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청주시는 ‘기존 시내 민간 아파트 분양가보다 3.3㎡당 100만원 이상 비싸다’며 분양가 인하를 권고했다. 개인 소유의 땅을 개발한 부지에 들어서는 아파트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해당 건설사는 청주시의 권고를 받아들여 3.3㎡당 분양가를 887만원으로 인하한 입주자 모집 신청서를 시에 냈다.
하지만 청주시는 추가 인하를 요구했고 건설사는 분양가를 3.3㎡당 859만원으로 낮췄다. 처음 제시한 분양가보다 3.3㎡당 70만원(8%)이나 내린 금액이다. 전용 84㎡ 아파트 한 가구를 기준으로 총 분양가 ?2000만원 이상 내린 것이다.
1000여가구를 웃도는 단지 규모를 감안하면 건설사의 분양수입은 당초보다 250억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3.3㎡당 929만원이라는 처음 제출한 분양가가 적절했다면 이 사업은 적자를 볼 수도 있다는 게 건설업계 시각이다. 건설사가 애초에 부풀린 분양가를 책정했거나 혹은 분양가 승인 권한이 없는 청주시가 건설사의 분양가 인하를 강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한 새 아파트 분양가 책정 과정에서 분양가를 올리려는 건설사와 이를 깎으려는 지자체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때문에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건설사나 내집 마련에 나선 서민을 위해서는 분양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자체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고무줄 분양가는 아파트 분양시스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kph21c@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