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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구자열 회장 "한국 주력산업 한계 봉착…발명DNA 꽃 피워 돌파구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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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지식재산 생태계' 강조하는 구자열 한국발명진흥회 회장

누구나 발명에 도전할 수 있는 '발명 붐' 조성해야
발명 기술과 산업현장 연결하는 시스템 구축 필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특허 공유 활성화 유도할 것
내년 이후 LS전선·LS엠트론·대성전기 상장 추진



[ 정지은/박영태 기자 ]
구자열 한국발명진흥회 회장(LS그룹 회장)은 ‘사이클 마니아’다. 자전거로 청계산을 오르는 건 보통이다.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용산 LS타워까지 출퇴근도 자전거로 하곤 한다. 2002년엔 해발 3000m가 넘는 알프스 연봉 18개를 7박8일 동안 넘는 독일 ‘트랜스알프스 산악자전거대회’에 참가해 완주했다. 동양인으로선 처음이었다.

이런 구 회장이 작년 10월 한국발명진흥회장을 맡자 주변에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의 천재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평소 발명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서울 역삼동 한국발명진흥회 회장실에서 구 회장을 만나보니 이런 의문이 싹 풀렸다.

그는 “한국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활발히 나와 사업화?연결되는 ‘창의적 지식재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곧 발명을 의미한다. “그러자면 발명이 생활화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한국발명진흥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렇게 나온 아이디어를 특허로 만들어 사업화로 연결하는 관행을 정착시키는 데 이바지했으면 한다”고 말하는 구 회장에게서 자전거 한 대로 알프스산에 오른 그만의 도전정신이 물씬 느껴졌다.

▷평소 ‘창의적 지식재산 생태계’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국내 주력산업의 성장세가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선진국을 쫓는 추격형 모델로는 더 이상 발전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선 원천기술과 플랫폼을 중심으로 무형자산을 키우면서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창의적 지식재산 생태계가 큰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창의적 지식재산 생태계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발명 DNA가 꽃 피울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합니다. 요즘 정부의 화두가 창조경제잖아요. 그걸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것이 발명입니다. 누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성공하는 환경이 구축되면 한국 산업계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좋아질 겁니다. 이런 생태계를 조성할 첫 단추가 발명의 가치를 다시 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발명진흥회장직을 맡은 게 그런 까닭이군요. 평소 발명에 관심이 많았는지 궁금합니다.

“발명은 곧 지식재산입니다. 발명을 단순히 머릿속 작은 아이디어라고 치부해선 안 됩니다. 이 아이디어를 특허로 권리화하고, 사업화를 통해 새로운 사업분야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면 생각지도 못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지난해 10월 한국발명진흥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그런 생각이 더 커졌습니다. 발명진흥을 책임지는 기업인으로서 제 소명은 발명문화를 장려해 소중한 발명자산이 제때 권리화·사업화되도록 지원해서 한국 산업계 발전에 이바지하는 겁니다.”

▷한국 지식재산 생태계는 어떻습니까.

“아직 많은 부분이 부족합니다. 우리는 발명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코 어려운 게 아닌데도 말입니다. 발명에 대한 국민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누구나 발명에 도전할 수 있는 범국민적인 ‘발명 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발명장려문화를 확산하고 꾸준한 발명교육을 진행해야지요.”

▷한국발명진흥회 차원에서 노력하는 게 있나요.

“국민이 발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매개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발명의 날’ ‘대한민국지식재산대전’ 등의 발명문화행사를 기획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의견 교류를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자꾸 ‘발명하자’고 외치다 보면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아이디어를 특허로 권리화하고, 그 특허를 바탕으로 사업에 성공하는 모델을 정착하는 것이 이상적인 흐름인데요. 실제론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연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입니다. 아이디어가 따로 놀다가 사장되는 경우가 많지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올 하반기에 전국경제인연합회 과학기술위원회가 발전적 해체를 합니다. 대신 과학기술에 산업정책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거지요. 과학기술을 산업에 연결하자는 취지입니다.”

▷전경련 과학기술위원장을 관두나요.

“그렇습니다. 대신 새로 마련되는 과학기술조직의 수장을 맡을 예정입니다. 한국발명진흥회장이기도 하니까 전경련과 진흥회를 연결해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두루 발명문화를 확산하는 매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요즘 중소기업에 특허를 개방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삼성과 LG도 중소기업에 특허를 많이 개방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우리 산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창의적 지식재산 생태계 조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건가요.

“발명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아이디어가 존중받고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기업은 종업원이 개발한 우수 기술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줘야 합니다. ‘직무발명 보상제도’가 그것입니다. 한국발명진흥회가 특허청과 함께 직무발명보상제도 인증제를 강화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직장인이 아닌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평범한 주부가 생활의 불편함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스팀 청소기를 발명?기업인으로 성공한 것처럼 발명은 특정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생활속에서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발명과 관련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을 시행하는 데도 공을 들일 겁니다. 어린시절부터 발명을 친근하게 느끼고, 성인이 돼서는 업무 관련 발명에 적극 나서도록 나이대별 발명교육 커리큘럼을 정착시키려고 합니다.”

▷LS그룹 차원에서 발명과 관련해 추진하는 게 있습니까.

“2012년 LS그룹 회장이 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연구개발(R&D)분야를 강화한 겁니다. 당시 LS연구소에 임원이 한 명에 불과했는데, 네 명으로 늘렸지요. R&D 인력에게 성과에 따른 보상을 더 늘려주는 방식으로 월급체계도 개편했습니다. 경기 군포에 LS전선, 안양에 LS산전과 LS엠트론 R&D센터가 있는데, 언젠가는 중앙연구소도 세울 겁니다. R&D는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R&D 없이는 새로운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없고, 결국은 무너지고 맙니다.”

▷구글처럼 인수합병(M&A)을 통해 R&D 역량을 단번에 확보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나요.

“당연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3년 미국 산업용 전선업체 슈페리어에섹스(SPSX)를 인수한 것도 R&D 역량 확보를 위한 장기투자 목적이 컸습니다. 당장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투자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미래 기업가치에 무게를 두고 내린 결단이었지요. 우리 회사가 글로벌 업체로 발돋움하려면 R&D도 그렇고, 규모 자체도 조금 더 커져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

▷꾸준한 R&D 투자에도 불구하고 LS그룹 매출은 2012년 29조3000여억원에서 지난해 25조5000여억원으로 줄었는데요.

“투자는 많이 했는데 성과는 아직 많이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R&D 투자는 원래 길게 보고 하는 거라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결실이 곧 나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혹시 ‘지나친 확신’ 아닙니까.

“그렇게 들렸나요? 창의적 지식재산에 투자하는 기업은 잘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은 실적이 좋지 않아도 그동안 공들인 게 있으니 점차 향상될 겁니다. 올해는 아니지만 실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LS전선 LS엠트론 대성전기를 상장할 계획도 있습니다.”

구자열 회장은…

영어 이름을 크리스토퍼 쿠(Christopher Koo)로 쓸 정도로 도전과 모험을 즐긴다.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서 따왔다. 사업을 할 때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도전하라”는 말을 즐겨 쓴다. LS그룹 창업주 중 한 명인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LG상사(옛 럭키금성상사) LG투자증권 등을 거쳤다. 세계 10위권이던 LS전선을 맡아 세계 3대 전선업체로 키울 정도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도전을 즐기는 그답게 취미이자 특기는 자전거 타기다. ‘사이클 전도사’로 통한다.

△1953년 경남 진주 출생 △서울고,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LG상사 입사 △LG투자증권 부사장 △LG전선(현 LS전선) 대표이사 사장·부회장 △LS전?middot;LS니꼬동제련·LS엠트론 사업부문 부회장·회장 △LS그룹 회장(2013년~현재) △대한사이클연맹 회장(2009년~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2010년~현재) △한국발명진흥회 회장(2014년~현재)

정지은/박영태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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