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프런티어
지능형 바이오시스템 설계 및 합성연구단
사포닌 단가 90% 절감
가축 전염병 예방도 가능
[ 박병종 기자 ]
기술의 진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능형 인공세포를 개발해 인간이 원하는 물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KA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서울대 연세대 등 12개 대학이 참여하는 ‘지능형 바이오 시스템 설계 및 합성연구단’은 지능형 인공세포를 개발해 인간에게 유용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합성생물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1년 이 연구단을 ‘글로벌 프런티어사업단’으로 선정해 매년 10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 4년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연구단의 주된 연구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조작, 인삼의 핵심 물질인 사포닌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을 만드는 것이다. 사포닌은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주는 물질로 인삼에 들어 있다.
연구는 인삼 유전체에서 사포닌 성분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특정 유전자를 분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후 미생물의 일종인 효모의 유전체에 사포닌 생성 유전자를 이식, 효모의 유전정보를 원하는 방식으로 합성한다.
유전자가 합성된 효모에 탄수화물을 먹이로 주면 인삼의 유효성분인 사포닌을 만들어낸다. 이 효모를 증식시키면 사포닌을 대량 생산하는 미생물 공장이 된다. 미생물은 식물보다 내부의 화학반응 속도가 빨라 단시간 내에 많은 양의 사포닌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김선창 단장은 “기존의 화학물 가공법을 통해 사포닌을 만들려면 15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해 투입 대비 산출물의 합성효율이 1%가 안 된다”며 “유전자 조작 효모를 이용하면 10배 이상 효율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생산 효율이 10배 올라가면 생산단가는 기존의 10분의 1로 떨어진다”며 “1~2년 내 미생물 공장을 상용화해 사포닌 가격이 떨어지면 사람은 물론 가축에게도 먹여 구제역 등 전염병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성생물학으로 만든 미생물 공장은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빌게이츠 재단의 후원을 받은 UC버클리 연구진은 효모와 대장균의 유전자를 조합해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을 생산, 아프리카에 공급했다. 대장균 유전자를 조작해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인슐린을 대량 생산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플라스틱, 합성섬유 등 사람에게 유용한 각종 합성물질을 낮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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