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지오 아르제니 OECD 중기지역개발센터 국장
[ 김보영 기자 ]
‘2015 밀라노엑스포’에서 관람객의 발길을 붙드는 한국관의 슬로건 중 하나는 ‘사람은 먹는 것의 총합(You are what you eat)’이다. 한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이 그의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는 뜻이다.
세르지오 아르제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소기업지역개발센터 국장은 “한국은 한식을 통해 OECD에 식생활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며 “슬로푸드 전략을 통해 세계적 인지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4일(현지시간) 밀라노엑스포장 콘퍼런스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OECD가 ‘한식문화와 미식관광’을 주제로 공동주최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OECD는 지난해 6월 비만 연구 결과 보고서를 통해 2012년 한국의 성인 비만율이 약 4.6%라고 발표했다.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3.6%)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OECD 회원국 전체의 성인 평균 비만율은 18.4%에 달한다. 아르제니 국장은 “OECD 회원국이 가장 고통받는 건강문제는 비만”이라며 “한국인의 비만율이 낮은 것은 한식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식에는 채소가 많이 들어간다”며 “100% 채식은 아니지만 채소 비율이 높기 때문에 건강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채소를 활용한 식단은 균형 잡힌 식사의 첫걸음이다. 아르제니 국장은 “세계에 한식을 알리려면 비빔밥 등 대표적 메뉴를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채소의 중요성과 유기농 식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기농 식단 개발은 관광산업 진흥과도 맞닿아 있다. 아르제니 국장은 농민, 레스토랑과 함께 손잡고 슬로 푸드를 시 차원에서 개발하는 오스트리아 그라츠를 예로 들었다. 그는 “그라츠는 미식가를 유치하고, 식자재의 신선함과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조리법을 강조하고 있다”며 “한국도 작은 농장, 소규모 레스토랑, 텃밭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라츠뿐만이 아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요리사 르네 레제피는 유기농 식자재로 만든 북구의 전통음식으로 자신의 레스토랑 ‘노마’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최근 뉴욕 등 북미 도시에서는 고급 페루 레스토랑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덴마크와 페루의 국가 이미지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문화와 음식은 분리할 수 없어요. 한식의 세계화에 필요한 것은 상업화된 대형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아니라 문화적 뿌리를 찾아서 슬로푸드 문화를 정착시키는 겁니다.”
밀라노=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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