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형석 기자 ] 반도체 장비업체인 A사는 최근 노조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을 확정기여(DC)형으로 바꾸는 협상을 시작했다. 시중 금리가 연 1%대로 추락하면서 DB형 제도를 유지하는 게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연내 추가로 쌓아야 하는 퇴직급여 충당금만 60억원에 달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동안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DB형 퇴직연금 가입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퇴직급여 충당금 운용수익률이 임금 상승률을 크게 밑돌면서다. 현행법에 따르면 임직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연금이 부족해지면 회사가 메워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직원이 많은 대기업들은 추가로 쌓아야 하는 충당금이 각각 1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주로 가입한 DB형 원금보장 상품 금리는 2012년 연 4.39%, 2013년 연 3.48%, 지난해 연 3.07%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올해는 연 2%대 초반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퇴직연금 사외 적립률을 늘려야 하는 점도 기업들엔 부담 요인이다. 지금은 DB형 적립액 중 70% 이상을 외부 금융회사에 맡기면 된다. 이 비율은 2017년 80%, 2019년 90%, 2020년 100%로 늘어난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들은 DC형 전환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임직원 입장에서도 임금 상승률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DC형으로 바꾼 뒤 연금 적립액을 투자상품에 넣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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