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감기’, 메르스 발병 한 달째다. ‘메르스포비아’가 팽배했던 한 달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물론 국제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도 한국정부의 대응능력에 합격점을 주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온통 정부 후려치기요 공포분위기 조성뿐이다. 세월호 재판이다.
WHO는 이번 메르스 전염에 대해 ‘얼마든지 통제 가능하며, 한국정부의 대응으로 지역 사회로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WHO는 한국에 대해 여행자제를 권고할 필요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런데도 언론과 지방자치단체, 정치꾼 등 우리 내부에서는 경쟁적으로 위험을 부풀리기만 했다. 언론 보도부터 ‘정부는 무능하기 짝이 없고, 방역체계도 무너졌으니 한국엔 오지 말라’는 식이었다. 차분한 대응보다는 보건계엄령을 요구하고 대통령은 어디 갔느냐며 국가를 위기로 몰아갔다. WHO는 발병 초기부터 수업재개도 강력 권고했지만, 시장과 교육감들은 반대로 움직였다. 지난주 과학전문지 네이처도 ‘한국 당국의 공중보건 조치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내부에서는 계속 ‘불이야!’라며 자해소동을 폈다. 공중보건을 강화하고 전염성 질환에 대한 상시 방어망을 잘 갖추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인구이동이 많고 밀도도 높은 도시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초기대응에서 허점을 보인 정부나 일부 병원이 반성할 점도 적지 않다. 좀더 정치한 시스템을 갖춰야 했다. 초기에 안일한 대응은 두고두고 화근이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과학의 문제다.
유행성 질환은 심리학-수학-의학의 과정을 거쳐 진압된다고도 한다. 초기엔 심리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염은 수학으로 계산되며, 결국 의학이 마무리한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중구난방의 과잉 심리학에다 저질 정치공학까지 가세했다. 말초적·자해적·선동적 자극만 넘쳤을 뿐 재난보도 준칙은 이번에도 보이지 않았다. 8월까지 이대로 가면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사회적 손실은 언론과 정치가 자초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진짜 취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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