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도 투자시대 (1) 예금만 믿다간 '마이너스 노후생활'
7월부터 '신 연금술사'가 되자
100조 중 주식·채권투자 6.7%뿐…예금 등 원금보장형 쏠림 지나쳐
장기·분산투자해야 노후 대비 펀드 변동성·수수료까지 따져야
[ 조재길 기자 ] ‘6.7%.’ 100조원 넘게 쌓인 퇴직연금 중에서 주식·채권형 펀드와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된 비율이다. 대부분의 연금 자산은 연 3% 안팎에 불과한 저리 예금에 묶여 있다는 게 최근 통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저위험·저수익 투자 관행이 노후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는 “한국 경제가 성숙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연 7~8%대 고금리 시대는 다시 오기 어렵다”며 “개인이든 기업이든 연금과 같은 장기 자산을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만 넣어두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 투자, 40→70% 확대
퇴직연금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다. 퇴직급여를 운용해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회사가 책임지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노후 자산을 직접 굴리는 확정기여(DC)형, 퇴직금을 수령하거나 추가 납입할 때 필요한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이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DC형 퇴직연금 및 IRP의 실적배당형 투자 한도를 현재의 40%에서 70%로 확대한다. 퇴직연금 안에서 주식형 펀드를 최대 70%까지 담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주식이나 후순위채권 등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 모든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지금은 퇴직연금 감독규정에 열거된 ‘투자 가능 상품’만 담을 수 있다.
퇴직연금의 대표 포트폴리오 제도도 시행된다.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이 가입자 성향을 분석한 뒤 적절한 자산배분을 추천해줄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별 고민 없이 저리 예·적금으로만 운용하는 폐단을 줄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외·장기·분산 투자해야”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제도 변화에 발맞춰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중 금리가 뚝 떨어진 만큼 주식·채권형 펀드 비중을 높이라는 조언이 많았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는 “실적배당형 상품에 장기 투자하면 원금손실 위험을 낮추면서 기대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선진국의 경험”이라고 소개했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전무는 “위험자산에 분산 투자하지 않고선 제대로 노후를 준비할 수 없다”며 “해외 펀드를 활용하면 매년 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어 세제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 성과가 좋은 운용사와 펀드를 찾는 게 관건이다. 강 대표는 “주식형 펀드 비중을 100에서 자기 나이를 뺀 만큼 넣는 게 좋다”며 “3년 이상 꾸준한 수익을 기록한 펀드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김성일 KG제로인 퇴직연금연구소장은 “은행이나 증권사가 골라주는 펀드 중에는 판매사에만 유리한 상품이 종종 섞여 있다”며 “수익률 변동성과 함께 수수료 등까지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제도 변화에 맞춰 투자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퇴직연금 컨설팅업체인 머서코리아의 황규만 부사장은 “상당수 가입자가 DB형과 DC형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기본 소양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금융투자 교육을 확대하는 게 노인 빈곤율을 낮춰 향후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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