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인식 기술' 슈프리마, 보안시장 플랫폼 업체로
코나아이는 IC칩 운영체제로 응용제품 확장
서흥, 약 캡슐을 건강식품에 적용…매출 3000억원
[ 안재광 기자 ]
포스트잇으로 유명한 미국 ‘3M’은 1902년 설립됐다. 원래 광산회사였지만 그들은 지금 세계 최대의 사무용품 업체가 됐다. ‘스미스코로나’는 1906년 세계 최초로 휴대용 타자기를, 1960년 전자사전 및 개인용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했다. 100여년간 세계 최고의 타자기 업체의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
3M과 스미스코로나의 운명을 가른 키워드는 변신과 진화였다. 세계 1위 카메라 필름 업체 코닥의 몰락과, LCD TV용 필름으로 옮겨가 시장을 석권한 후지필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빛회 회원사들도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변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문인식 시스템 업체 슈프리마, 신용카드에 내장된 집적회로(IC)칩 운영체제(OS)를 개발한 코나아이, 캡슐업체 서흥 등이 그런 사례다.
2013년 슈프리마는 130여개국에 지문인식 시스템을 수출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이라는 평가를 받 ?있었다. 이재원 사장(사진)은 슈프리마가 세계 최고 수준의 지문인식 기술을 갖췄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2013년 그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애플이 지문인식 기능을 넣은 ‘아이폰 5S’를 내놨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손톱 크기의 센서로 정확하게 지문을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애플이 이 일을 해낸 것이다.
기업가는 항상 위기에서 기회를 본다. 이 사장의 머릿속에는 ‘지문, 얼굴 등 신체 정보로 사람을 인식하는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당시 하던 사업을 살펴봤다. 출입보안 및 근태관리 시스템, 개인 신분 확인 시스템 등 한정된 시장만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장은 일단 애플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했다. 지문인식 시스템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도 들어갈 수 있게 크기를 줄였다. 이 시스템을 들고 스마트폰 제조사를 찾아나섰다. 그는 또 지문인식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새롭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문인식 시스템뿐 아니라 폐쇄회로TV(CCTV)나 알람 등 다른 보안 시스템까지 연결하게 설계했다. 보다 큰 형태의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4월 ‘바이오스타2’란 이름으로 내놨다. 필요한 업체는 어디에든 쓸 수 있게 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세계 스마트폰 생태계를 만들어냈듯이 슈프리마는 ‘바이오스타2’로 보안시장의 중심에 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정일 코나아이 부회장이 1998년 창업했을 때 사업은 교통카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었다. 자리를 잡기 ?전에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와 경쟁에서 밀렸다.
현재 코나이이의 ‘캐시카우’가 된 신용카드용 IC칩은 2005년에서야 시작했다. 창업 후 7년이 지난 시점이다. IC칩에 들어가는 OS를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이 들었다. 그러다 국제인증을 받아내면서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교통카드 시스템을 개발했던 게 뒷받침됐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휴대폰에 들어가는 USIM칩 OS까지 개발해냈다. 스마트카드 글로벌 1위인 젬알토를 제치고 5200만장 규모의 태국 전자주민증 사업도 따냈다. 코나아이는 지난해 처음 매출 2000억원을 넘겼다.
코나아이는 현재 금융 서비스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핀테크 사업 진출을 꾀하는 중이다. 국제 규격에 맞춰 호환성을 높인 핀테크 플랫폼 ‘코나페이’를 올 하반기 내놓을 계획이다. 코나아이가 사업 영역을 꾸준히 넓혀갈 수 있었던 것은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조 회장의 철학 덕분이다. 또 IC칩 OS라는 핵심기술도 기반이 됐다. 이 핵심기술이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셈이다.
1973년 설립된 서흥은 얄약 껍데기가 되는 ‘하드캡슐’을 주로 만드는 회사다. 수출을 시작한 1981년 20억원가량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290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회사가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10%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도 좋다. 현재 하드캡슐 부문 국내 점유율은 95%가량이다. 수출도 1000억원을 넘어섰다. 페인트볼은 세계시장 1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수출을 많이 했던 서흥은 건강기능식품 제조로 영역을 확장, 내수에서도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 캡슐 속에 건강기능식품 가루나 진액을 넣어 연 1000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을 확보했다. 증권사들은 서 岾?올해 매출이 3000억원을 처음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캡슐 원재료인 젤라틴과 콜라겐을 이용해 미용산업 진출도 꾀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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