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미 기자의 경제 블랙박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7명에서 9명으로 늘리자는 법안이 최근 국회에 제출됐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새누리당 의원)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이다. 금융투자협회에서 금통위원 한 명을 새로 추천하고, 한은 총재 추천 인원은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리자는 의견이다.
기준금리를 비롯해 ‘돈의 질서’를 결정하는 ‘7인의 현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5명은 각계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이 한 명씩 추천한다.
여기에 금투협의 추천권을 추가하자는 게 정우택 의원안이다. 금투협은 증권, 자산운용업계 등 국내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정의원 측은 “펀드와 증권사 등을 통해 관리되는 자산 규모는 1181조원(작년 말 기준)으로 은행 예금의 84%에 이른다”며 “금통위에도 자본시장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한은 총재가 추천하는 인원을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리자는 것은 왜일까. 금투협 추천으로 한 명이 늘면 짝수(8명)가 되니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 이때 한은 총재 추천으로 한 명 더 늘리면 홀수(9명)를 만들 수 있다. 한은의 힘이 커지므로 ‘중앙은행의 독립성 강화’라는 명분도 생긴다.
다행히 한은 본관 15층 회의실은 널찍한 편이다. 열석 발언권을 가진 기재부 자리도 비워진 지 오래라서 의자는 부족하지 않다. 뜻밖의 장애물은 국회에 있다. 금통위원 추천권을 필요로 하는 기관이 금투협 말고도 여럿이기 때문이다.
정성호 의원이 2012년 제출한 한은법 개정안은 중소기업청장과 노동조합(민주노총 등)에서 금통위원을 추천하자는 내용이다. 정 의원 측은 “금리 조정의 이해당사자인 중소기업인, 소상공인, 봉급생활자,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호중 의원안은 대한상의, 은행연합회 몫의 민간 추천을 아예 없애는 것이 골자다. 대신 국회 추천으로 두 명을 임명한다. 국회가 대표하는 ‘민의’를 반영하자는 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금통위원의 민간 추천제도는 해외에서도 찾기 어렵다. 1950년 6월5일 최초의 금통위는 재무부 농림부 등 정부에서 3명, 금융기관과 상공회의소에서 3명, 한은에서 1명을 추천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관료와 민간이 비슷하게 참여한 것이다. 하지만 1962년 정부 주도의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명분 속에 법이 개정됐다. 대한상의 추천권이 없어지는 등 힘은 관(官)으로 기울었다. 민주화를 거쳐 1997년 한은법이 다시 바뀌었다. 대한상의, 은행연합회, 증권업협회(지금의 금투협) 등 민간의 추천권이 확대됐다.
2003년에는 증권업협회 추천권이 없어지고 한은 부총재가 금통위원이 됐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은 “중앙은행의 역할이 커진 것과 관련 깊다” 고 말했다. 이처럼 금통위 65년은 ‘힘과 균형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날, 자본시장의 덩치가 커졌고 국회의 힘은 세졌다. 소상공인과 노조도 제 목소리를 갖고 있다. 물론 이들이 모두 금통위원을 뽑다 보면 15층 회의실이 터져나갈 것이다.
다만 3년 전 제출된 법안들이 아직 잠자고 있는 것을 보면 국회도 당장 결론을 낼 것 같진 않다. 금통위원들이 정작 국회에 바라는 것은 ‘교차 임기’의 부활이다. 내년 금통위원 4명의 임기가 한꺼번에 끝난다.
원래 한은법은 통화정책 연속성을 감안해 임기를 제각각으로 배열했지만, 3년 전 금통위원 공석이 길어지면서 무효화했다. 한은법을 고쳐야 문제가 해결된다.
김유미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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