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함께하는 미래
로봇이 인류 위협?
뇌는 아직 미지의 영역…작동원리조차 파악 못해
인공지능 기술 갈길 멀어
세바스찬 승 교수 뇌 연구
18만명 집단지성 이용…쥐 망막신경 지도 도전
[ 전설리 기자 ]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지 않을까. 일자리를 모두 빼앗지 않을까. 최근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이런 얘기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었다.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 등은 잇달아 인공지능 발달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데니스 홍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기계항공학과 교수와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 교수는 10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창조포럼’에서 이런 우려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인간은 아직 뇌의 작동원리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이 가야 할 길은 멀다”는 것이다.
◆“로봇·인공지능 갈 길 멀어”
지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 ?퍼모나 전시장에서 열린 ‘재난로봇경진대회(DRC)’ 현장. 대회에 참가한 로봇들이 미션을 수행했다. 문 열기, 밸브 잠그기, 계단 오르기 등이었다. 인간은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다. 하지만 대회에 나온 많은 로봇은 미션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심지어 살짝 부는 바람에도 휙 쓰러졌다. 홍 교수가 이날 포럼에서 보여준 동영상 내용이다.
DRC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극한의 재난상황에서 인간을 대신할 재난수습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마련한 대회다. 홍 교수는 “대지진 발생 초기 24시간 안에 밸브 하나만 조작했어도 대참사를 막을 수 있었는데 방사능 때문에 접근하지 못했다”며 “이런 재난 현장에 투입할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대회의 취지”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대회에 참가한 로봇들을 보면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그는 “화재를 진압하고 재난시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시각장애인 대신 운전해주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집단지성 활용해 뇌 연구”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선 뇌부터 이해해야 한다. 뇌의 작동 원리를 풀기 위해 승 교수는 뇌 신경 지도를 그리는 커넥톰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인간의 뇌는 1000억개에 이르는 뉴런으로 이뤄졌다. 뇌 연구가 어려운 이유다.
승 교수는 중간 과정으로 일단 쥐의 망막신경 지도에 도전하기로 했다. 문제는 쥐의 망막 사진에서 뉴런과 시냅스의 연결을 골라내는 데 들어가는 긴 시간이다. 작업 속도를 내기 위해 ‘아이와이어’란 게임을 만들어 전 세계 사람들이 커넥톰 연구를 도울 수 있도 ?했다.
뇌의 신경세포를 3차원 이미지로 구성한 뒤 게임 사용자들이 세포끼리 이어지는 부분을 마우스로 색칠하도록 해 뇌 지도를 완성해나가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130여개국에서 18만명 이상이 게임에 참여했다. 국내에선 KT와 손잡고 한글로 된 아이와이어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승 교수는 “뇌 지도를 통해 인식과 기억 의식 등의 실체를 규명하고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 치료의 실마리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학습 강요, 창의성 해쳐”
승 교수와 홍 교수는 한국이 로봇과 소프트웨어 분야 산업을 키우고 이를 도모할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선 교육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로봇 기술은 결국 SW 기술”이라며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선 주입식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컴퓨팅 사고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짜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이어 “어린이들은 원래 호기심이 많고 창의적”이라며 “이를 살리기 위해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학원에 보내기보다 놀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했다.
승 교수도 “지나치게 많은 양의 학습을 강요하면 오히려 생각할 시간이 없어져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려워진다”며 “주어진 문제를 풀기보다 어떤 문제를 풀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렸을 때 읽고 싶은 책을 많이 읽고 취미 활동을 충분히 했다”며 “생각의 자유가 나를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도 조언했다. 홍 교수는 “내가 만드는 로봇은 비싸지만 애지중지하지 않고 계속 부서지도록 한다”며 “넘어지고 고장 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고 말했다.
■ 스트롱코리아
한국경제신문이 2002년부터 14년째 이어가고 있는 과학기술 강국 캠페인.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고 이를 통해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이자는 게 궁극적 목표다. 스트롱(STRONG)이란 말엔 과학(science)과 기술(technology), 연구와 혁신(research & renovation)을 통해 과학기술 강국이란 목표(our national goal)를 실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전설리/박병종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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