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환자 23명 급증
김제시 50대 남성 감염 확진
한전 직원도 1차 양성 판정
환자 평균연령 55세·남성 58%
당국 "병원명 공개로 감염 줄 것"
[ 조진형 기자 ]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환자가 8일 23명 추가돼 전체 87명으로 늘어났다. 이로써 한국은 메르스 발생 19일 만에 사우디아라비아(1010명)에 이어 세계 2위 메르스 발병국이 됐다.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대형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의 진원지가 되면서 확산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발병 잠복기를 감안했을 때 9일이나 10일을 정점으로 메르스 확진환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형 메르스, 중동형과 정반대
‘2차 유행’의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3차 감염자는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에만 17명의 확진환자가 추가됐다. 모두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35)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던 김제시에 거주하는 A씨(59)가 전북 보건당국으로부터 감염 확진을 받았고, 한국전력공사 서울 남부지사의 직원 B씨(49)도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감염 검사에서 1차 양성 판정을 받아 환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확진환자 6명은 대전에서 16번 환자(40)에게 감염된 사례다. 4명은 지난달 25~28일 대전 대청병원에서 16번 환자와 함께 입원했고, 다른 두명은 28~30일 건양대병원에서 같은 병동에 입원했다가 감염됐다.
삼성서울병원과 대전 소재 병원을 중심으로 2차 유행이 가속화하면서 한국은 단숨에 아랍에미리트(확진 환자 76명)를 제치고 세계 2위 발병국으로 올라섰다. 일각에서는 메르스(MERS) 단어에서 ‘중동’이란 뜻의 약어(middle east·ME)를 떼고 한국이라는 뜻의 약어(KO)를 붙여 ‘코르스(KORS)’로 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형 메르스는 중동 메르스와 양상이 정반대다. 중동 메르스는 치사율이 40% 안팎으로 높은 반면 감염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선 메르스 환자가 첫 발생 19일 만에 87명으로 급속도로 늘어난 반면 치사율은 6.8%(사망자 6명)로 낮은 편이다. 정부의 초동 대응이 미흡해 사태를 키운 데다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특정 병원의 병실이나 응급실을 중심으로 대거 확산된 영향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환자 평균연령은 54.9세로 조사됐고, 평균 잠복기는 6.5일 수준이다. 성별로는 남성 환자(51명)가 여성(36명)보다 많았다.
◆“평택성모병원 유행 종식”
방역당국은 삼성서울병원 등에서 시작된 2차 유행이 ‘3차 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이날 새로 확진 판정을 받은 메르스 환자들은 이미 서울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 응급실, 경기 평택시 새서울의원, 경기 수원시 차민내과의원, 부산 사하구 임홍섭내과의원 등 5곳을 경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역당국은 3차 유행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날 메르스 환자를 진료한 병원을 전면 공개한 데 따라 더 이상 평택성모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 같은 대규모 감염 사태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또 평균 잠복기가 6~7일이란 점을 감안하면 삼성서울병원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도 하향 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했다. 이 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들은 대부분 지난달 27~28일 응급실을 다녀갔기 때문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조심스럽게 예측하지만 오늘(8일)이 가장 피크라고 생각한다”며 “바라건대 내일(9일)이나 모레(10일)부터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처음으로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은 것도 3차 확진 가능성이 낮다는 증거로 해석되고 있다.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첫 번째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에서의 유행이 종식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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