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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진료이력 환자 말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어…감염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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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대규모 감염 왜

하룻새 두 배로 늘어 34명
진료기록 통합 관리 시급



[ 조미현 기자 ]
삼성서울병원(사진)을 거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 확진 환자가 하루 사이 17명에서 34명으로 두 배로 늘면서 국내 대형병원도 감염병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진(問診)에 의지하는 진료 시스템’과 ‘대형병원 응급실로 몰리는 의료 문화’가 더 큰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병상 수)로 큰 병원이다. 병상 수는 1900여개에 달한다. 하루 평균 9000여명이 진료를 받는다.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는 3800여명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난달 20일 메르스 감염 환자를 진단할 정도로 의료 역량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환자의 과거 진료 이력에 대해서만큼은 환자의 말에 기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는 병원 기록을 통합한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상급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일반 병원에서 ‘진료 의뢰서’를 가져가야 한다.

진료 의뢰서에는 직전 병원 기록만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17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14번 환자는 첫 번째 감염 환자가 나온 경기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평택 굿모닝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의사가 문진할 때 환자가 과거 방문 병원을 말하지 않는 이상 병원 쪽에서는 알기가 어렵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14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 다녀왔다는 정보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입원한 지 3일째인) 지난달 29일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14번 환자도 첫 번째 감염 환자와 같은 병원에 입원한 것을 당시에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기록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009년 전국 병원 기록을 통합하는 전자건강기록(EHR)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병원마다 임상용어, 진단 코드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대형병원 응급실을 선호하는 의료 문화도 ‘삼성서울병원 발(發)’ 감염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 과밀화 수준은 133.2%다. 과밀화 비율은 응급실을 찾은 환자 수를 병상 수·365일·24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100%를 넘으면 응급실이 붐빈다는 의미다. 중증 질환환자가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도 평균 6.3시간에 달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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