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터 FIFA 회장, 비리 수사 압박에 자진 사퇴
새 회장 12월 선출 전망
플라티니 UEFA 회장·알리 요르단 왕자도 유력 후보
[ 최만수 기자 ] ‘세계 축구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스위스)이 사임을 결정한 가운데 차기 회장 후보에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64)이 3일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차기 회장 도전을 시사했고,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알리 빈 알후세인 요르단 왕자도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정 명예회장, 블라터 비난
정 명예회장은 이날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FIFA 회장 선거에 참여할지에 대해 국제 축구계 인사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FIFA 새 회장은 이르면 오는 12월 선출될 전망이다. FIFA 임시총회는 12월에서 내년 3월 사이에 소집된다. 블라터 회장은 당분간 회장직을 유지하지만 정상적인 업무 수행은 힘들 전망이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블라터 회장을 맹비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블라터 회장이 부패 의혹으로 사퇴한 데 대해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FIFA 부회장으로 17년간 일했던 나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어 “블라터 회장이 12월까지 업무를 계속하겠다고 했는데 개혁 대상이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업무를 해선 안되고 자금 결제나 선거관리위원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블라터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제롬 발케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며 “블라터와 발케가 선거관리를 한다든지, 개혁을 주도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명예회장은 또 “블라터 회장으로부터 혜택을 받았거나 부당한 지원을 받은 사람들은 회장 선거에 나오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FIFA 부회장을 맡아 세계 축구 무대에서 한국과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플라티니, 유럽 업고 급부상
플라티니 UEFA 회장도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다. 그동안 꾸준히 FIFA 개혁을 주장하며 블라터 전 회장의 대항마로 입지를 착실히 다진 플라티니 회장은 차기 회장 선거에서 유력한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반(反)블라터 세력의 핵심인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축구협회 회장이 “플라티니 회장을 중심으로 FIFA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지지 기반이 충실한 게 강점이다.
이번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라터 회장과 맞선 알리 왕자도 유력 후보로 지목된다. 요르단축구협회장인 알리 왕자는 UEFA의 든든한 후원을 받으면서 블라터와 맞섰지만 1차 투표에서 133-73으로 패한 뒤 2차 투표를 앞두고 사퇴했다. 알리 왕자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축구를 위해 봉사하겠다”며 재출마 가능성을 암시했다.
스위스 아이스하키연맹에서 일하며 스포츠계와 인연을 맺은 블라터 회장은 1998년부터 FIFA 회장을 맡았으며, 비리 의혹에도 FIFA 회장직을 유지하기를 희망했다. 2011년 4선에 성공한 블라터는 장기집권체제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각종 의혹과 추문은 더욱 확산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의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뇌물이 오갔다는 설이 파다하다.
5선 도전을 선언한 블라터 회장에게 결정타를 날린 것은 미국이다. 미국 수사당국은 스위스와 공조해 FIFA 총회 직전 FIFA 집행위원 등 고위직 7명을 체포하고 14명의 축구계 인사를 무더기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 ABC 방송은 이날 연방수사국(FBI)과 검찰이 블라터 회장을 비리의 핵심으로 겨냥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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