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봉구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학교 현장을 덮치고 있다. 학교는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집단활동이 이뤄지는 데다 학생들의 면역력은 성인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학부모들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휴업 학교가 발생한 서울·경기·충남·충북 교육감과 메르스 대책회의를 갖고 교육부 입장을 밝혔다. 황 부총리는 “학교는 학생이 모여 있는 곳이고 학생의 생명과 건강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며 예방 차원에서 휴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발표된 보건당국의 입장은 달랐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권준욱 기획총괄반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일선에서 학교를 휴업하는 일은 의학적으로 맞지도, 옳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동석한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도 “메르스는 전염률이 낮고 학교와 메르스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휴업 조치 반대 의견을 내놨다.
정부 부처의 엇갈린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감염병 위기대응 수준을 다르게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경보 수준은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구분된다. 현재 공식 위기경보 단계는 ‘주의’ 수준. 보건당국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이 매뉴얼에 입각했다. 과잉대응이 불안감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됐다. 반면 교육부가 검토하겠다고 밝힌 휴업 조치는 매뉴얼 상으로는 한 단계 격상된 ‘경계’에 해당된다. 교육 당국은 선제적 조치를 강조했다.
핵심은 신뢰다. 메르스 발병 지역과 전파 병원 미공개로 인해 각종 괴담이 퍼지고 있다. 초기 대응 실패로 3차 감염자가 발생하고 격리자가 1000명을 넘었다. 보건 당국의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상황이 이런데 ‘매뉴얼대로’만 하기는 어렵다.
각 교육청에는 ‘휴교령’을 내려달라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학생 가운데 확진 환자가 발생한 뒤 조치를 취하면 이미 늦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매뉴얼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교육 당국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일일이 ‘학교장 판단에 따라’라는 단서 조항을 붙여 휴업을 결정하라는 나름의 절충안을 내놨을 것으로 생각된다.
보통 휴교란 표현을 사용하지만 각급 학교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수업과 학생 등교를 중지하는 것은 휴업이다. 휴교는 교육 당국이 학교장에게 휴업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64조(휴업 명령 및 휴교 처분)는 “관할청은 재해 등의 긴급한 사유로 정상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학교의 장에게 휴업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지금은 ‘휴교’가 필요한 때다. 정부 부처 간 견해마저 엇갈리는데 개별 학교의 장이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있겠 째? 확실하고 광범위한 대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학교가 문을 열어 정상운영 한다고 해서 안심할까. 오히려 더 많은 불신과 괴담을 낳을 공산이 크다.
물론 휴교나 휴업만이 능사는 아니다. 말마따나 과잉대응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현 시점에선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애초에 보건당국이 메르스에 제대로 대처했다면, 국가방역체계에 믿음을 줬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예방 차원의 선제적 조치에 방점을 찍은 교육 당국의 ‘오지랖’에 무게감이 더 실린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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