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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내 멸종 위기 바나나 '유전자 가위'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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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나나 살리기 프로젝트

곰팡이 감염 유전자 제거
질병 안걸리는 바나나 연구



사람들만 감염질환에 걸리는 것이 아니고 농작물도 매년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질병에 시달린다. 19세기 중반 100만명이 굶어 죽은 아일랜드의 비극은 곰팡이로 인해 발생한 감자 기근 때문이었다. 특히 무역 규모만 연간 10조원에 달할 정도로 세계인이 즐겨 먹는 바나나는 치명적인 곰팡이 질환 때문에 10~20년 내에 멸종할 수도 있다. 무성생식으로 번식하는 바나나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클론이어서 감염질환에 특히 취약하다.

다행히 식물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질병에 걸리지 않는 농작물을 개발하고 있다. 첫째, 교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유전자 변이에 의해 질병에 내성이 생긴 개체를 만드는 육종법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바나나와 같이 교배가 불가능한 여러 농작물에는 적합하지 않다.

둘째, 질병 저항성 유전자를 삽입해 유전자변형생물(GMO)을 만드는 유전공학이다. 그러나 GMO는 안전성, 환경유해성 평가 등 정부의 인허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 다국적 종자회사가 아니면 GMO를 상품화하는 게 불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GMO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

셋째,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병원균 감염에 필수적인 식물 유전자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는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유전자가위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려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작년 중국 연구진은 밀의 특정 유전자를 제거해 곰팡이의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외부 유전자를 심지 않기 때문에 GMO로 규제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식물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키는 방식은 전통적 육종법과 그 원리가 다르지 않다. 다만 육종법이 무작위로 수많은 변이를 일으킨 뒤 운 좋게 원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난 개체를 찾는 방식인 반면 유전자가위는 특정 유전자를 정해 놓고 그 유전자에만 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육종법이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방법이라면 유전자가위 기술은 감나무에 올라가 직접 수확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과 벤처기업 툴젠은 전 세계 바나나 연구자들과 손잡고 바나나 살리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곰팡이 감염에 필수적인 바나나 유전자를 제거해 건강한 바나나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해 미래 세대 어린이들이 지금처럼 바나나를 즐겨 먹고 자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서울대 화학부 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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