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합병' 기준 충족…삼성물산 이어 지배구조 개편 수순 예상
[ 임도원/허란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27일 오후 3시55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전격적으로 합병을 발표한 이후 삼성그룹의 다음 지배구조 개편 수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높은 삼성SDS 주식을 활용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주주총회 결의와 합병 반대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는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삼성SDS를 흡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일명 원샷법)’도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소규모 합병 요건 충족
27일 투자은행(IB)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SDS 간 합병은 상법상 소규모 합병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회사가 합병하면 피합병회사(소멸회사)의 주주들은 기존 보유 주식을 새로운 합병회사(존속회사)의 신주로 교환받는다. 상법(제527조의3 1항)에서는 합병회사가 발행하는 신주가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를 넘지 않으면 주주총회 승인 대신 이사회 승인으로 합병을 결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합병회사는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 대한 주식매수청구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다. 다만 피합병회사는 주총과 주식매수청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예컨대 자사주가 없는 시가총액 10조원짜리 회사가 1조원짜리 회사를 흡수합병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총발행주식의 10%를 신주로 발행해 피합병회사 주주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131만4000원) 기준으로 약 217조원(우선주 포함), 삼성SDS(30만1000원) 시가총액은 23조원이다. 삼성SDS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10.6%로, 시가총액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합병 후 삼성전자가 발행해야 할 신주가 총발행주식 수의 10%를 넘게 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신주를 발행하는 대신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삼성SDS 주주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전체 발행주식의 12.5%에 해당하는 주식을 자사주로 갖고 있다. 약 27조원 규모로, 삼성SDS 시가총액보다 많다. 신주를 전혀 발행하지 않고 자사주만 지급해도 삼성SDS 주주들에 대한 물량을 충족시킬 수 있다.
◆‘원샷법’ 도움받을 수도
소규모 합병은 합병회사 주주들의 20% 이상이 반대하면 무산된다. 소규모 합병이 무산되면 주총 결의와 주식매수청구 절차를 거쳐야 합병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원샷법’이 도입되면 삼성전자가 소규모 합병이 무산됐을 때 주식매수청구 절차를 진행하기가 쉬워진다. 권종호 건국대 교수가 정부 용역을 받아 이날 발표한 원샷법 초안에서는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 기간을 ‘주총 후 20일 이내’에서 ‘10일 이내’로 단축하도록 하고 있다. 회사의 주식매수 기간은 상장사는 기존 1개월에서 3개월로, 비상장사는 2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도록 했다. 반대주주가 주식매수를 청구하기는 어려워지는 반면 회사가 주식을 매수하기는 쉬워지는 것이다.
다만 원샷법은 공급과잉 산업에 노출된 기업에 대해서만 적용하기로 해 초안대로라면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이 법을 적용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초안은 정부 부처 간 협의 등을 거치면서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소규모 합병
주주총회 결의와 합병 반대 주주들에 대한 주식매수청구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른 회사를 합병할 수 있도록 간소화한 상법상 절차. 합병회사가 피합병회사의 주주들에게 발행하는 신주의 총수가 합병회사 총발행주식의 10% 이하일 때 적용된다.
임도원/허란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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